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 속에 중동 맹주 사우디아라비아가 러시아, 이란 등 미국의 적대적 국가들과 협력강화에 나섰다.
17일(현지 시각)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다양한 분야의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은 “정치, 통상, 경제, 에너지 등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여러 분야의 의제가 논의됐다”고 밝혔다.
양국 지도자는 특히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틀 내에서 면밀한 협력을 계속할 중요성을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고령의 국왕을 대신해 사실상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상 역할을 하는 실세다.
OPEC+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기존 OPEC에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이 모여 공급량을 조절하는 협의체로 국제유가에 영향을 미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압박에도 러시아와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를 써온 국가다.
미국은 OPEC+와 연계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협력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고유가로 누리는 전쟁자금 추가 확보를 견제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에 원유 증산을 압박했다가 사실상 거부당한 바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마찬가지로 미국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이란과도 관계개선을 향한 행보에 속도를 높였다. 이란 ISNA 통신에 따르면 무함마드 왕세자는 마수다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이날 전화통화를 하고 여러 분야의 협력을 확대할 필요성을 함께 강조했다.
상대적인 온건파, 개혁파로 분류되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지난 5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강경파 사이드 잘릴리 후보를 꺾고 당선돼 대외관계에 소폭이나마 변화 가능성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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