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압도적 의석수를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민심’을 앞세워 입법 권력을 마음껏 휘두르고 있다. 행정부와 사법부의 권한을 넘어서는 입법을 줄줄이 밀어붙이면서 ‘삼권분립’이 흔들린다는 비판까지 터져나온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범야권은 4·10 총선에서 192석을 확보했다. 과반 의석을 얻어 국회의장을 확보한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강조하며 독주를 예고해 왔다.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은 무소속 신분이지만 해병대원 특검법 표결과 국회 원 구성 등 주요 국면마다 친정인 민주당과 발을 맞췄다.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법제사법위원회-운영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원장을 차지한 민주당은 행정부와 사법부를 겨냥한 각종 쟁점 법안과 특검법을 쏟아내고 있다. 진영과 정당의 가치를 대변하는 법안을 넘어선, 위헌·위법 소지가 짙은 법안을 충분한 검토 없이 입맛대로 발의하면서 입법부가 법치주의를 위협한다는 우려를 자초하고 있다.
헌법에 규정된 행정부의 권한을 제한하는 법안이 대표적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호 법안으로 ‘윤석열 대통령 이해충돌 거부권 제한법’을 발의했다. 대통령 본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거부권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 의원은 위헌 소지에 대해 “이 법안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분이 공직자라면 대통령을 포함해서 공직자의 자격을 상실한 것이고,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는 것이고, 공익의 수호자로서 대통령의 직책을 형해화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당은 입법부 견제를 위해 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화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시행령 제정·개정권을 제한하고 이를 어길 경우 무효화하는 법안도 발의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입법 예고도 안 한 각 부처 시행령 초안을 상임위에서 보고받고 내용 수정까지 요구할 수 있는 위헌적 국회법 개정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국무위원과 정부위원이 상임위에 출석하지 않거나 자리를 뜨면 처벌하는 ‘불출석 처벌법’도 여당과 법조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행정부를 넘어 사법부를 겨눈 법들도 대거 추진 중이다. 민주당은 ‘대장동 변호사’ 출신 이건태 의원 등을 중심으로 △검찰수사 조작방지법 △표적수사 금지법 △피의사실 공표금지법 등 이재명 전 대표 사건을 겨냥한 법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달에는 ‘대북송금 관련 검찰조작 특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해당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수사 검사를 탄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아울러 판사나 검사가 법을 왜곡해 부당한 기소나 판결할 경우 처벌하는 ‘법왜곡죄’, 수사기관을 무고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수사기관 무고죄’ 등의 입법도 추진 중이다.
이밖에 이재명 전 대표 수사 검사 탄핵안을 발의한 민주당은 이들을 법사위에 불러 조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검사의 권한을 축소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탄핵청문회에 검찰총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여당은 이에 이재명 전 대표의 방탄 입법을 추진한다고 비판하며 ‘이재명 사법파괴 저지 특별위원회’를 구성했지만 뚜렷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는 형편이다.
초법적·위헌적 법률이 잇따른다는 비판에 대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반복된 거부권 행사와 시행령 통치 남발에 맞서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행정부가 부당하게 입법부 권한을 침해했고, 검찰 또한 야당 탄압과 대통령 정적 죽이기에 몰두하고 있어 이에 입법권으로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미래를 여는 의회민주주의 포럼’에서 “윤 정권의 거부권 남발과 위법적 시행령 통치로 의회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이 붕괴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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