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C 제품 레모나로 잘 알려진 경남제약이 최근 주인이 또 바뀐 후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연달아 추진했다. 휴마시스가 올해 5월 경남제약 최대주주인 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현 빌리언스)의 경영권(지분 34.80%)을 480억 원에 인수한 후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진행한 것이다. 경남제약은 액면가 500원의 보통주를 100원으로 감액하는 무상증자를 완료한 데 이어, 이달 5일 주주 대상 222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빌리언스와 경남제약을 지배하는 휴마시스도 지난해 2월 최대주주 지분(7.65%)이 650억 원에 팔렸다. 휴마시스를 인수한 곳은 아티스트와 인스코, 인콘, 남산물산 네 곳이다. 아티스트의 최대주주가 미래아이앤지와 인콘이다. 미래아이앤지의 최대주주는 엑스, 그리고 그 특수 관계인인 남산물산인데, 엑스의 최대주주는 온누리프로덕션이고, 온누리프로덕션의 최대주주는 남산물산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기준 비상장사인 남산물산의 최대주주는 지분 97.98%를 가진 남궁견씨다. 얽히고설킨 복잡한 지배구조의 꼭대기에 있는 이가 바로 코스닥 M&A(인수합병) 전문가 혹은 기업 사냥꾼이라 불리는 남궁견 회장이다.
남궁 회장은 부실 기업을 헐값이나 무자본으로 인수한 후 고강도 감자 실시, 인력 감축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한 후, 경영권 웃돈을 붙여 매각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껍데기로 만들어 넘긴 사례도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기업이 증시에서 퇴출됐다. 그의 손을 거쳐 간 수많은 상장사 중 세종로봇, 삼성수산, 디에이치패션, 뉴켐진스템셀, 에이치원바이오, 삼협글로벌, 에스비엠 등 다수가 상장폐지됐다. 그의 이름이 등장하면 일부 주주가 경계감을 높이는 이유다.
현재 남궁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거느린 상장사는 미래아이앤지, 인콘, 판타지오, 케이바이오(옛 골드퍼시픽), 휴마시스, 빌리언스, 경남제약 등이다. 비상장사 남산물산을 정점에 두고 여러 상장사와 비상장사 지분을 문어발식으로 보유하고 있다. 남산물산은 자본금 2000만 원인 회사다. 상장사는 대체로 300억~400억 원 수준의 시총을 가진 소위 동전주(주가 1000원 미만)다.
남궁 회장의 가족이나 오랜 측근들이 계열사 이사회를 전부 장악한 구조다. 서로 자리를 옮겨가며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가장 최근 편입된 경남제약의 경우, 지난달 김성곤·조정영 각자 대표이사 체제가 들어섰다. 김성곤 대표는 남궁 회장이 소유했던 엔케이물산(옛 고려포리머, 현 플레이그램)의 대표이사를 지냈다. 김성곤 대표는 또 지난해 2월까지 인콘 각자대표를 맡았고, 이어 휴마시스 대표이사로 옮겼다. 조정영 대표는 케이바이오컴퍼니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인콘의 최대주주가 케이바이오컴퍼니, 케이바이오컴퍼니의 최대주주가 미래아이앤지로 연결된다. 김학수 미래아이앤지 대표이사는 판타지오 사내이사이기도 하다.
남궁 회장의 아들 남궁정씨(1990년생)는 지난달 경남제약 임시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남궁정 이사는 미래아이앤지 사내이사와 판타지오 사내이사, 하나모두 사내이사 등도 맡고 있다. 남궁 회장은 하나모두 등과 함께 현 플레이그램을 2021년 10월까지 지배한 바 있다.
남궁 회장은 최근엔 엔터테인먼트업계 큰 손으로 발을 뻗고 있다. 판타지오는 올 1월 배우 이영애씨가 출연하는 드라마 ‘의녀 대장금(가제)’을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제작비 등으로 쓰기 위해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229억 원을 조달했다. 2003년 이영애씨가 출연해 큰 인기를 끌었던 MBC 드라마 ‘대장금’과 관련 있어 보이지만, ‘대장금’ 작가 측은 판타지오가 제작하는 작품은 자신이나 드라마 ‘대장금’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판타지오는 배우·가수 매니지먼트 사업과 드라마나 영화 제작 사업 등을 하는 엔터테인먼트사다. 가수 겸 배우 차은우씨(그룹 아스트로), 가수 이창섭씨(그룹 비투비) 등이 소속돼 있다. 2021년 2월 남궁 회장 산하에 편입 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휴마시스를 통해 인수한 또 다른 엔터테인먼트사 빌리언스(옛 블레이드엔터)엔 배우 허성태·한채영·고창석·손현주씨 등이 소속돼 있다.
그의 휘하에 들어간 회사들은 기존 사업과 큰 관련 없는 신사업을 발표해 일부 주주 사이에선 뜬금없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지난해 인수한 시총 2000억 원 수준 휴마시스가 대표적이다. 휴마시스의 주업은 코로나19 진단키트 제조 등 체외진단 사업이었다. 지금은 남궁 회장 주도로 광물자원 개발과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추진 중이다. 남궁 회장은 과거 고려포리머 회장 시절 유연탄 채굴 사업 등을 벌였다. 휴마시스는 짐바브웨에서 리튬 탐사 작업을 한다고 한다. 일각에선 주가 띄우기용 신사업 발표란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휴마시스 주가는 지난해 초 1만8000원대에서 이달 16일 1500원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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