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신한, 우리은행 또다시 대출 금리인상
조달금리 하락하는 대출금리 올라
정기예금도 기준금리 밑으로…’이자장사’ 비판 커질 듯
시중은행들이 또 다시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카드를 빼들었다. 불과 2주 사이에 최대 0.3%포인트(p)나 올렸다. 심상치 않은 가계대출 증가 추이에 금융당국의 압박과 올해 대출 증가율 목표치에 근접하거나 초과한 은행들이 고정형 대출금리 문턱을 높이기 위해 가산금리를 인상한 것이다. 하지만 고정형과 변동형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등 조달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출금리를 올리는 은행권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이다. 대출과 반대로 정기예금 금리는 기준금리 아래로 떨어진 것도 은행 입장에선 부담이다. 자칫 ‘싸게 돈을 구해 비싸게 빌려준다’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들이 일주일 새 금리를 두 차례나 올리는 등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18일부터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변동·혼합형(고정)금리를 0.2%p씩 올리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22일부터 은행채 3년·5년물 기준 금리를 0.05%p 올리기로 했다. 해당 대출 상품은 대부분 주담대다.
우리은행은 24일부터 아파트 담보대출 중 5년 변동금리 상품의 대출 금리를 0.20%p 상향 조정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영업점에 전달했다. 아파트 외 주담대 중 5년 변동금리 상품의 대출 금리는 0.15%p 인상한다. 또 전세자금대출인 우리전세론 2년 고정금리 상품의 대출 금리도 0.15%p 높이기로 했다.
국민·신한·우리은행 모두 이달 중 한 차례 대출금리를 올렸으나 다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는 셈이다. 신한은행은 일주일만에 금리를 올린다. 신한은행은 지난 15일 금융채 5년물 금리를 기준으로 하는 모든 대출 상품 금리를 0.05%p 인상한 바 있다.
앞서 우리은행은 12일 주담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각각 소폭 인상했다. 국민은행도 3일 주담대 금리를 0.13%p, 11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2%p 높였다. 케이뱅크도 지난 9일 아담대(고정금리, 5년 주기형) 금리를 0.1%p 인상했다.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대출 금리를 높이는 것은, 금융당국이 집값 상승과 맞물린 가계대출 증가세를 우려하며 은행권에 적극적인 관리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가계부채는 한달 새 5조4000억 원 늘며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금융감독원은 15일부터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실태 점검을 위해 5대 은행과 카카오뱅크 등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에 돌입했다.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는 반면, 정기예금 금리는 기준금리 이하로 떨어져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날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연 3.55~3.45%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3.50%보다 낮은 수준이다.
대출 금리는 오르고 예금 금리는 떨어지면서 예대금리차도 벌어지고 있다. 준거금리가 하락하고 있는데 오히려 대출 금리가 오르는 현상이 빚어지면서 은행권의 이자장사 문제가 확대될 소지도 제기된다. 금융권은 지난해 고금리 상황에서 큰 수익을 올리며 이자장사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실제로 주담대 준거금리는 계속 하락세다. 주담대 혼합형(고정형)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 평균 금리는 지난달 초 3.76%였으나, 이날 3.37%로 떨어졌다. 변동금리형 주담대 기준으로 쓰이는 신규 취급액 코픽스도 하락해 지난달 기준 3.52%로 전월 대비 0.01%p 내렸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채와 코픽스 등이 하락하면서 조달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금리를 계속 인상하는 모양새가 자칫 이자장사로 돈 버는 은행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준거금리가 낮아지니 은행이 가산금리를 높여도 가계대출 억제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없어 추가 인상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라 난감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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