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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금융통화위원회 뒤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금리 결정 시에는 환율과 집값, 가계부채 등을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발언에 시장이 반응했다. 이날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전날보다 0.036%포인트 오른 연 3.234%로 마감했다. 30년 물도 0.02%포인트 뛰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 총재가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을 전환할 상황은 조성됐다”는 말이 언론을 중심으로 부각됐다. 통화정책방향문에도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해나갈 것”이라는 문구가 새롭게 추가돼 주목을 받았다. 시장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16일 국고채 3년물 금리가 3.035%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의 경우 17일 3.139%로 소폭 상승 마감했지만 전날 3.137%를 찍으면서 연중 최저 수준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은행이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시했음에도 시중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총재의 발언이 시장에 제대로 먹혀들지 않으면서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가 꺾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를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월 금통위 이후 국고채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 초 3.306%에서 시작한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4월 25일 고점(3.707%)을 찍은 뒤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통위 날 반짝 약효가 있었지만 시장이 조기 금리 인하 베팅을 거두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 총재가 “장기 국고채 금리가 최근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하락한 것은 한은이 금리를 곧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선반영됐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했는데, 시장의 흐름은 발언대로 계속되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 참여자들이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그 기대가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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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기준금리와 시장금리의 괴리가 커지면 통화 당국의 정책 역량이 제한된다는 점이다. 기준금리를 동결하고도 마치 인하한 것과 같은 효과가 나면서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석 교수는 “기준금리와 시중금리 차가 커지면 중앙은행이 의도한 정책 효과가 나지 않게 된다”며 “한은이 섣불리 금리를 내리지 못한 것도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가능성 때문인데 정작 시중금리는 이미 떨어진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 것도 변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관세 폭탄과 감세 정책에 따른 재정 악화에 미 국채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겨냥해 11월 대통령 선거 전에 금리를 내리면 안 된다는 주장도 폈다. 연준이 정치인들의 발언에 반응하거나 이벤트에 영향을 주는 것을 꺼리기는 하지만 최소한 금리 인하를 위한 요건과 그 수준이 좀 더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한은이 메시지 관리를 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 내부에서는 8월 금리 인하는 물 건너갔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통화정책방향 문구와 기자회견에서의 수위 조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시장금리는 더 하락하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외국인들의 국고채 수요가 많다는 분석이 있지만 한은은 수요까지 감안해 관리를 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 교수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금리 인하 임박 신호를 주다 보니 시장이 반응하고 있다”며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기 전에는 섣불리 움직이기 어려운데 불필요하게 시장 심리를 자극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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