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가운데 돌봄 수요의 또 다른 축인 간병인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간병인 수요가 급증하면서 외국인 인력 도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그러나 비자 문제, 자격 기준 확립 등 관련 제도 개선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간병 인력은 약 4만 명 수준이다. 5월 기준 전국 1481개 요양병원 간병 수요가 약 14만 명인 것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간병 인력 수급불일치로 비용 부담은 지속 증가하고 있다. 사적 간병비는 2008년 3조6000억 원에서 2022년 10조 원까지 급증했다. 통계청 집계 결과 간병 도우미료 상승률은 2020년 2.7%, 2021년 6.8%, 2022년 9.2%, 2023년 9.3%로 무섭게 뛰었다. 지난해 간병비는 월평균 370만 원으로 집계됐다. 65세 이상 고령 가구의 중위소득의 1.7배 수준이다. ‘간병파산’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2025년 초고령화(65세 이상 인구 비중 20% 이상) 사회에 진입하는 한국에서 간병 인력 부족에 따른 비용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질 전망이다. 최근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간병 및 육아와 관련된 돌봄서비스 부문의 인력 부족은 2022년 19만 명에서 2042년 61만~155만 명으로 추산된다. 외국인 노동자를 돌봄서비스 인력에 적극 활용하지 않으면 경제 손실은 20년 후 최대 77조 원에 달할 것이란 평가다.
간병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외국인 간병인 도입이 해결책 중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문제는 관련 제도가 외국인 간병인 확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서 간병인을 할 수 있는 외국인은 방문취업(H-2)과 재외동포(F-4) 비자 소지자로 제한된다. 그 결과 외국인 간병인의 약 80%가 재중동포로, 조선족이 간병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임선재 대한요양병원협회 수석부위원장은 “1세대 중국동포 간병인들이 고령화됐고, 1.5세대 간병인으로 고려인, 러시아 동포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인력이 워낙 부족해 질적 저하가 초래되고 있다”며 “동남아 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남아에 의료 자격증을 따고 간병 활동을 할 수 있는 인력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요즘엔 K컬처 영향으로 동남아에서 한국어가 가능한 경우도 증가해 차선책으로 검토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관련 부처는 소극적이다. 최근 법무부가 국내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에 한해 요양보호 분야 취업을 허용하는 내용의 시범운영 계획을 발표했지만, 급변하는 현실을 반영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아주대 교수인 이범진 다문화요양간병협회 총재는 “공부 목적으로 들어온 외국인 유학생들로 한정되면 고령화 시대 눈높이에 맞지 않아 오히려 갈등이 생길 수 있다”며 “베트남 등에 노인, 간호 돌봄 자격증을 갖춘 인력도 상당한데 이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자격 기준과 인프라부터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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