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을 필두로 주요 임직원을 대거 대만에 파견하며 SK하이닉스·TSMC의 인공지능(AI) 메모리 동맹에 맞불을 놓는다. 차세대 칩 접착 기술인 ‘하이브리드 본딩’을 활용한 ’16단 적층 HBM4(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D램 개발 진척 상황을 전 세계 반도체 관계자들 앞에서 처음 공개하고 1등 메모리 기업으로서 ‘초격차’ 기술 리더십을 강조할 것으로 예측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정배 사장은 오는 9월 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반도체 컨퍼런스 ‘세미콘 타이완’의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기조연설을 한다. 이 행사에는 이정배 사장뿐만 아니라 김주선 SK하이닉스 AI 인프라 담당(사장)도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다. 두 회사 반도체 사업의 2인자가 ‘1등 AI 메모리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놓고 자존심 건 한판승부를 펼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당초 TSMC·마이크론 출신인 린준청 어드밴스드패키징(AVP)팀 개발실 부사장과 이제석 시스템LSI센서사업팀 부사장 등 실무 임원을 현지에 파견해 자사 반도체 기술력을 강조할 계획이었으나,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TSMC가 차세대 AI 메모리인 HBM4 사업을 놓고 관계를 돈독히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메모리 최고 임원인 이정배 사장을 보내는 것으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이정배 사장은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HBM4 D램을 독자 생산할 수 있는 기업으로 고객 요구에 맞춰 기능을 커스텀(변경)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강조할 전망이다. 이밖에 차세대 모바일 메모리와 그래픽 메모리, 낸드 등에서 경쟁사와 기술 격차에 관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HBM4는 D램 칩을 쌓은 ‘코어다이’뿐만 아니라 고객 요구에 따른 맞춤형 기능을 갖춘 ‘로직다이’까지 추가되는 게 특징이다. 코어다이 설계 기술을 보유한 SK하이닉스는 로직다이를 만들 수 있는 TSMC와 협력해 HBM4를 양산할 방침이다. 실제로 김주선 사장은 기조연설 뒤 TSMC 경영진들을 만나 HBM4와 관련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전자는 코어다이와 로직다이를 모두 직접 설계할 수 있어 두 회사 연합보다 한층 유연한 설계 변경이 가능하다. HBM4 D램 조기 양산과 역량 강화를 위해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 지시로 HBM 개발팀을 신설한 삼성전자는 로직다이에 선단공정인 4㎚를 적용하는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TSMC 연합은 HBM4 로직다이를 5㎚ 공정에서 양산할 방침이다.
이어 9월 6일에는 리준청 부사장이 삼성전자의 16단 적층 HBM4 D램 기술력에 관해 발표한다. 칩을 8단에서 12단까지 쌓는 기존 HBM D램과 달리 HBM4는 칩을 16단 이상 쌓으면서 발열제어·수율향상 등을 할 수 있도록 하이브리드 본딩과 같은 차세대 적층 기술이 필요하다는 게 삼성전자 측 입장이다. 하이드리드 본딩은 중간 재료 없이 D램 칩과 칩을 바로 결합함으로써 D램 칩 총 두께를 줄이고 쌓는 칩의 수를 늘리는 기술이다. 리준청 부사장은 D램 칩 휘어짐 제어와 본딩 레이어(접합 부분) 평탄도 유지 등 하이브리드 본딩을 상용화하는 데 필수인 기술에 관해 설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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