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인 방송토론회에서 연일 비전 경쟁이 실종된 채 자해적 진흙탕 싸움을 보이고 있다.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는 17일 CBS가 주관한 4차 방송토론회에서 ‘댓글팀’ 의혹과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치열한 난타전을 벌였다. 특히 이 자리에서 한 후보는 법무부 장관 시절 나 후보로부터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고 폭로하기까지 해 향후 사법리스크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한 후보 ‘댓글팀 의혹·대통령과의 갈등’ 설전
원 후보는 “한동훈 특검 숨길 게 없으면 해도 되냐”고 압박하자 한 후보는 “그런 식으로 당내 선거에서 마타도어 집중하는 원 후보를 당심이 지켜볼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한 후보는 “채 상병 특검에 대해서 어떤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서 우리 당이 그 사안에 대해서 마치 뭔가 숨기는 것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식의 메시지를 주는 것으로 인해서 판이 바뀌었다”며 “민주당의 특검을, 민주당이 선정하는 특검을 찬성하는 입장과 제3자 특검을 찬성하는 입장으로 판이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원 후보는 한 후보와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원 후보는 “만약에 한 후보가 당 대표가 된다 하더라도 당정 충돌할 수 있는 그 소재들이 곳곳에 쌓여 있다”며 “만약에 충돌이 났을 경우에 문제가 안 풀리면 어떻게 할 것이냐. 그리고 충돌이 외부로 불거졌을 때는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지적했다.
원 후보는 “당무 개입이니 아니면 심지어는 국정농단 얘기까지 나왔다”며 “영부인의 사과 의사 문제까지 나왔고 또 채 상병 특검에 대해서도 대통령과 한마디 의견 교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입장 바꿔서 대통령이라면 그런 당 대표와 정말 흉금을 터놓고 (하겠느냐)”며 “자기가 불리하면 다시 당무 개입으로 몰아갈, 그래서 대통령을 흔드는 그런 걱정 없이 소통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는 “당정 관계는 좋은 정치를 해서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한 중간 과정”이라며 “원 후보님은 그냥 시키는 대로 따르는 게 맞다고 말씀하시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또 “저와 대통령님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 목표가 완전히 같다”며 “이견은 토론을 통해 좁히고 공적인 지향점을 향해 가는 건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한, 나 후보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 요청 폭로
나 후보는 이날 한 후보에게 법무부 장관 시절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구속기소 기각과 관련해 “책임 느끼느냐”고 묻자 한 후보는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해서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법무부 장관이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말씀 계속 반복하시는데 아무리 정치라 하더라도 좀 몰상식한 얘기 같다”고 말했다.
이에 발끈한 나 의원은 “저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기본적인 본인의 책무를 알지 못하고 법무부 장관의 일을 하신 것 아닌가 생각 한다”며 “그 당시에 영장 기각되면서 강서구청장 선거도 졌고 많은 분들이 이재명 대표가 다 무죄인가, 무혐의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 후보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러자 한 후보는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안에 개입할 수 없다”면서 “나 의원님께서 저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해달라고 부탁하신 적 있죠. 저는 거기에 대해서 제가 그럴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 그런 식으로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안에 개입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앞서 지난 2019년 나 후보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 당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의 처리를 막으면서 더불어민주당 등으로부터 고소·고발 조치된 사건이다.
나 후보는 “그거는 구체적 사건이 아니다”라며 “저의 유무죄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리 헌법과 법치를 바로 세우느냐 아니냐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의 수사지휘권을 남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무엇이 중요한지, 우리가 해결해야 된다, 이런 지침을 당연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