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대한축구협회(KFA)가 지난 7일 프로축구 K리그1에서 선두 다툼을 하는 홍명보 울산HD 감독을 시즌 도중 차출시켜 남자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하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거센 반발 속 정치권에서도 홍 감독 등 축구협회 관계자들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시키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지만, 스포츠 단체장이나 유명 인사에 대한 망신 주기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 감독을 선임한 축구협회를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가 여야 막론하고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홍 감독 선임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국정감사 출석과 함께 예산에 페널티를 주는 것을 검토하겠다”며 “투명한 해명과 조치가 없을 경우 올해 국정감사에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철저히 따질 것”이라며 축구협회를 압박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요즘 국민께 제일 걱정을 많이 끼쳐드리는 게 축구협회와 전당대회라는 말이 들려온다”고 일침을 가했다.
야당도 가세했다. 문체위 소속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대한축구협회가 정몽준·정몽규 등 정 씨 집안의 사유물이냐”며 “언제까지 축구협회의 구태 행정에 축구 팬과 현장 지도자가 분노해야 하는가”라고 사퇴를 촉구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홍 감독 등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감독 선임 여론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여야 모두 섣부르게 여론에 편승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부터 정치권은 야구·축구 등 인기 스포츠 대표팀에 관심을 보여왔지만, 정작 국민의 분노를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의 질의 수준이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해 그저 호통과 망신 주기를 자행해 왔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선동열 감독이 아시안게임 병역 혜택 의혹으로 그해 10월 문체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돼 출석했다. 당시 손혜원 민주당 의원의 질의 과정에서 선 감독은 ‘연봉 2억 원과 무제한 판공비를 쓰며 집에서 TV만 보는 감독’으로 폄하 당했다. 손 전 의원의 질타에 대중의 비난이 이어졌고 ‘선동열 동정론’까지 나오기도 했다.
국회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있는 스포츠 기관을 향해 국민들을 속 시원하게 해주는 질문들을 해야 하지만, 충분한 문제의식 없이 단순히 시선을 끌기 위해서만 섣부르게 개입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홍 감독 선임과 관련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15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직접 나서 축구협회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협회 운영을 비롯해 감독 선임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축구협회가 정부 유관기관에 포함돼 문체부에서 감사를 추진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문체부는 관계자 의견 청취와 서류 조사 등 조사 절차를 시작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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