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1일부터 3박 4일간 인도 최대 경제도시 뭄바이 출장을 마쳤다. 인도 최대 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의 막내아들 결혼식 참석과 삼성전자 현지 법인 임직원 격려 차원의 방문이다.
이재용 회장이 왕복 1만㎞가 넘는 거리를 단숨에 다녀온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14억명 인도 시장의 ‘잠재력’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구가 비슷한 중국 시장에서 완제품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삼성전자로선 인도 시장에 더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미중 무역분쟁 등 한국을 둘러싼 외교·정치적 역학관계를 살펴봐도 인도 시장이 더 기회의 땅에 가깝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 중국 매출(별도 기준)은 2023년 42조2007억원이다. 2022년(54조6998억원) 대비 22.9% 줄었다. 반면 인도 기업등록청(ROC)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 인도법인(SIEL) 매출은 2020년 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기준 10조9433억원, 2021년 12조2226억원에 이어 2022년 16조1804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인도는 ▲2023년 국내총생산(GDP) 세계 5위 ▲2024년 주요국 경제성장률 전망 1위(IMF) ▲국민 평균 연령 29세 등 앞으로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20~30대 젊은 고객이 많고 중산층도 늘었다. 스마트폰·가전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 수요도 급증한다.
인도는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스마트폰이 출하되는 국가다. 가전제품 시장 규모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위상은 인도와 중국에서 격차가 크다. 2023년 기준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18%로 1위를 지키고 있다. 중국 비보(17%), 샤오미(16.5%), 리얼미(12%), 오포(10.5%)가 뒤를 잇는다.
2013년 20%를 웃돌며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2018년 0.8% 점유율로 추락한 이후 7년째 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내수시장을 장악한 중국 기업의 영향력에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중국시장에서 다시 많은 비용을 들여 재기를 노리는 것이 비효율적이고 리스크가 크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주요 고객층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인도에 선택과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최근 인도 시장 내 주류인 저가형 모델을 넘어 프리미엄 제품에서도 소비자의 마음을 훔치는 중이다. 올해 초 출시한 플래그십 갤럭시S24 시리즈는 인도에서 역대 S 시리즈 중 가장 많은 사전 예약을 기록했다. 사전 예약 시작 후 3일 만에 25만명 이상이 사전 예약을 신청했다.
삼성전자는 인도에서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 ▲첸나이 가전 공장 ▲노이다·벵갈루루·델리 연구소 ▲삼성 디자인 델리 ▲구루그람 판매법인 ▲리테일스토어 20만곳 ▲A/S센터 3000곳을 운영 중이다. 현지 임직원은 1만8000명에 달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도 현지 특화 제품과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해 인도 시장 지배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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