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가 약 4개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미국 두 거대 양당에서는 예상을 한 치도 빗나가지 않은 후보들이 등장했어요. 공화당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민주당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나왔습니다. 두 후보 모두 대통령 경험이 있는 인물이지만, 재임 당시 좋은 평가를 얻진 못했습니다. 거기다 트럼프와 바이든 둘 다 워낙 고령인 터라 ‘그렇게 대통령 감이 없었냐’는 탄식도 적지 않은 상황이군요.
크게 긴장감 없는 대선 레이스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트럼프가 13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유세를 하던 중 총에 맞은 거예요. 당시 여러 발의 총성이 울렸고, 트럼프가 귀에서 피를 흘리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즉시 경호원에 둘러싸인 그는 괜찮다는 듯 엄지를 들어 보였고요. 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유세장에서는 총격범을 포함한 두 명이 목숨을 잃고 두 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현장에서 사망한 용의자는 갓 20대가 된 펜실베이니아 출신의 남성, 토머스 매슈 크룩스로 전해집니다. 요양원에서 영양보조사로 근무 중이었으며 별다른 범죄 이력도 발견되지 않았어요. 현지 수사당국에 따르면, 그는 트럼프가 연설 중이던 연단으로부터 약 12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AR-15 계열 소총으로 8발의 총탄을 발사했는데요. FBI는 이번 사건이 누군가 연루된 정황 없는 단독 범행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용의자 차량에서 폭발물까지 발견되며 미국 내 테러 가능성도 열어놓은 채 수사를 펼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건 후 트럼프는 피격으로 인해 오른쪽 귀 윗부분을 관통하는 총상을 당했다고 SNS에 밝혔습니다. 그는 “위잉거리는 소리와 총 소리를 들었을 때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즉시 깨달았고 곧바로 피부를 찢는 총알을 느꼈다”라며 “피를 많이 흘렸고,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았다”라고 설명했어요.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 일정 후 위스콘신주 방문, 공화당 전당대회 등의 스케줄이 있었지만 이를 연기하는 대신 건재한 모습을 보이기를 택했습니다.
그는 미국 매체 워싱턴이그재미너와 피격 후 첫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여기서 “피격 사건은 미국 전체와 세계 전체가 함께 뭉칠 기회”라는 말을 했습니다. 다행히도 살았으니 대통령 선거 후보 입장에서는 ‘호재’로 생각될 수도 있지만, 트럼프가 프롬프터를 확인하기 위해 몸을 살짝 숙이지 않았다면 목숨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럼프를 향해 날아오던 총알의 궤적을 보면 그야말로 천운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공화당은 15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트럼프를 공화당 대선 공식 후보로 지명했습니다. 그가 대선에 도전하는 건 2016년과 2020년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이날 트럼프는 자신과 함께 대선 러닝메이트로 나설 부통령 후보로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오하이오주)를 호명했어요. 그는 공화당의 젊은 강경 보수파로 불리며, 올해 39세로 1952년 이래 최연소 부통령 후보가 됐죠.
밴스는 러스트벨트 중 하나인 오하이오주에서 어려운 유년기를 보냈지만 연방 상원의원까지 오른 자수성가형 인물이기도 해요. 트럼프와는 이민이나 기후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등 거의 전 분야에서 트럼프와 정치적 견해가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는 넷플릭스 영화로도 제작됐어요.
거의 ‘대관식’ 급의 전당대회를 마친 트럼프는 18일 대선 후보 공식 수락 연설을 할 예정이에요. 워싱턴이그재미너에 말했듯, 이날 그의 연설은 당초 내용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든에 대한 공격 대신 ‘역사의 요구에 맞는’, ‘보다 통합적인’ 연설문으로 갈아치웠다고 선언한 트럼프인데요. 그게 진짜인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한편 전 세계 온라인 상에서는 그의 피격 사건이 발 빠르게 밈으로 사용되는 중입니다. 귀를 자른 화가로도 유명한 반 고흐의 작품 자화상에 트럼프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이나, 영화 〈매트릭스〉의 유명한 총알 피하기 장면에 트럼프의 모습을 입힌 사진 등이 나오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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