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투자자 수가 6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사정당국의 감시·조사 체제 공백으로 투자자들이 시세조종이나 부정거래 등 불공정거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가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가상자산합수단)을 정식 ‘직제화’하기로 결정한 배경 역시 이 같은 투자 불확실성이 자리하고 있다. 투자할 시장은 조성돼 있지만 투자자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는 미비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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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시장 시가총액은 올 6월 말 기준 약 55조 원으로 2021년 말(55조 2000억 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하지만 실제 거래자 수는 2021년 558만 명에서 지난해 말 기준 645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문제는 가상자산 시장이 규모 면에서 성장하고 있으나 시장 건전성 확보는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가상자산의 경우 국내외 복수 거래소에서 개·폐장 없이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하지만 증권신고서 등 공시 정보는 지금까지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제정돼 이달 19일부터 시행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 당국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에 맞춰 일제히 감독 체계 마련에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금융위의 경우 지난달 25일 가상자산 제도 운영·불공정거래 조사를 전담하는 가상자산과를 신설했다. 금융감독원도 불공정거래 조사를 맡는 가상자산조사국을 총 17명 규모로 올 1월 출범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에 따른 시행령도 지난달 25일 제정된 바 있다. 전문가들이 가상자산합수단 직제화로 인한 향후 불공정거래 감독·적발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새로 시행되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서 불공정거래로 판단하는 행위는 △미공개 정보 이용 매매 △시세조종 매매 △거짓, 부정한 수단을 활용한 거래 △가상자산사업자의 자기발행코인 매매 등 크게 네 가지다. 이들 행위가 적발될 경우 1년 이상의 징역이나 부당 이득의 3~5배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한다. 부당 이익 규모가 50억 원 이상이면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금융당국 감독 체제 가동과 동시에 가상자산합수단이 직제화될 경우 ‘혐의 거래 단서 포착→신속한 조사를 통한 불공정거래 혐의 입증→엄중한 조치’ 등 가상자산 시장 건전성 향상을 위한 일련의 조사·수사 시스템이 갖춰진다.
권단 디케이엘파트너스 대표 변호사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에 맞춰 가상자산합수단이 정식 직제화되면 향후 전문성 향상, 인력 보강 등 수사의 질이나 양적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기존에는 시도하지 못했던 인지 수사는 물론 시장 정화를 위한 기획 수사 등까지도 가능해지면서 범죄 근절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상자산에 대한 불공정거래의 경우 법적 근거가 없어 기존에는 사기, 유사 수신 등 한정된 법 테두리 안에서 수사했지만 처벌 근거가 마련되는 동시에 전담 수사 부서까지 정식 직제화되면서 향후 수사에 전문성이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옛 합수단)가 복원돼 지난해 5월 정식 직제화된 후 금융·증권 범죄 기소 인원은 폐지 때보다 50% 이상 늘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증권 범죄 기소 인원은 902명으로 합수단이 해체된 2020년(573명)보다 57.4%나 늘었다. 기소 건수도 399건에서 535명으로 34.1% 증가했다. 특히 금융 범죄 중점 검찰청인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총 351명을 기소하고 이 가운데 94명을 구속했다. 2020년과 비교하면 각각 2배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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