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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잠재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투자 비중을 급격하게 늘리고 있다. 투자자가 자국의 주식이나 채권 및 기타 금융 상품에 집중 투자하는 ‘홈 바이어스(Home bias·자국편향) 투자’가 아닌, ‘역 홈 바이어스 투자’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해외주식형 비중이 국내주식형을 넘어섰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6월 28일) 기준 공모주식형 펀드시장에서 국내형과 해외형의 비중은 각각 49.6%와 50.4%를 기록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국내주식형의 비중은 무려 70%였다. 또한 올해 4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주식 자산군 투자 비중에서 국내형과 해외형 비중은 각각 29.3%대 70.7%로 나타났다. 약 10년 전인 2013년(65.4%대 34.6%) 대비 해외 비중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지난 5월 국민연금은 향후 중기 자산배분전략에서 국내주식 비중을 추가로 낮추고 해외주식 비중은 더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도대체 왜 이런 ‘역 홈 바이어스 투자’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무릇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투자자금은 위험대비수익률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흘러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실을 깨달은 국민연금이 먼저 움직였고 공모형 펀드시장이 뒤따라가는 자연스러운 형국이다. ‘역 홈 바이어스 투자’ 물살은 거스를 수 없는 순리인 셈이다.
환율을 헤지(위험분산)하지 않았다는 가정 하에 질적 측면에서 해외주식시장이 수익률과 리스크 측면 모두에서 더 나은 결과를 나타낸다. 개인투자자와 국민연금이 해외 비중을 높이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다. 양적 측면에서도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국내 주식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최근 해외주식투자 비중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글로벌 자산배분투자 관점에서 한국의 개인과 기관은 아직도 극단적으로 높은 ‘홈 바이어스 투자’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국내 비중이 줄어들 공간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이 ‘홈 바이어스 투자’를 선호하는 이유는 접근 가능한 정보가 국내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자국 경제와 기업에 대해 남들보다, 특히 외국인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결과다. 그리고 해외투자와 비교하면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도 회피할 수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인터넷과 모바일이 발달한 정보화 사회에서 국내 투자자들이 타인 대비 정보 우위에 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할까? 투자자 중 포트폴리오에서 국내자산 비중을 높게 가져가야 환율 변동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에게 역사적으로 환노출 해외주식투자의 경우 환율은 변동성 위험을 줄여주는 역할을 해줬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홈 바이어스 투자’의 단점은 무엇인지 정리해보면 세 가지가 있다. 첫째, 한 국가의 경제 상황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돼 글로벌 경제 변화에 대응이 어렵다. 둘째, 고성장 해외 시장 투자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셋째, 1997년 IMF 사태처럼 자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경우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경기침체나 경제 위기 시기에 더욱 두드러진다. 반면에 글로벌 분산투자를 하면 여러 국가와 시장에 걸쳐 포트폴리오를 분산 투자해 특정 시장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으며, 성장 가능성이 높은 다양한 시장에 내 자산이 노출돼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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