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맥주 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일본 맥주만이 독주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이전 연간 수입량 최고치였던 2019년 기록을 뛰어넘을 기세다.
16일 관세청 수출입 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맥주 수입량은 8020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44.4% 늘었다. 수입액 역시 611만달러(약 84억6000만원)로 34% 뛰었다.
2분기로 범위를 넓히면 수입량과 수입액 모두 일본이 2019년 7월 대(對)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한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았다.
올해 4월부터 6월 사이 우리나라 전체 맥주 수입량 가운데 일본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36%였다. 수입 맥주 3캔 중 1캔 이상이 일본산이라는 의미다.
올해 상반기 일본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 수입하는 맥주는 고전했다. 전체 수입 맥주 시장은 2018년 38만 톤을 넘겼다가 지난해 24만 톤 정도로 급감했다. 올해는 상반기 약 11만 톤에 그쳤다.
이 가운데 1위 일본 맥주 수입량은 2위 네덜란드와 3위 미국, 4위 중국을 포함해 나머지 상위 9개 국가 수입량을 더한 것보다 많았다.
일본 맥주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수입 맥주 시장 부동의 1위였다. 그러나 2019년 7월 소위 ‘노재팬(No Japan)’으로 불린 일본산 불매운동이 벌어지면서 수입액이 급감했다.
일본 맥주 수입량은 2022년 엔데믹 이후 불매 운동 기세가 꺾이면서 빠르게 증가했다.
일본 맥주는 2021년 수입량 기준 9위였다. 이듬해에는 중국과 네덜란드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지난해 들어 일본 맥주는 네덜란드와 중국을 모두 제치고 마침내 1위에 올랐다.
올해는 이 격차를 더 벌렸다. 2분기까지 국내 시장에 일본 맥주는 총 3만9634톤이 들어왔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수입량 6만6882톤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맥주는 보통 7월 이후 여름이 성수기다. 하반기 이후 수입 물량이 늘어나는 경향이 뚜렷하다. 주류업계 관계자들은 3분기를 포함한 일본산 맥주 수입량이 역대 최고치였던 2019년에 근접하거나, 그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맥주 제조사들은 한국 시장을 겨냥해 판촉 행사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일본 맥주 업계 1위 업체 아사히가 선보인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 캔’은 맥주 업계에서 보기 드문 품귀 현상까지 빚었다. 이 제품은 뚜껑을 통째로 따서 생맥주처럼 마신다.
아사히 맥주를 국내에 유통하는 롯데아사히주류는 올해 두 번째 생맥주 캔 시리즈 아사히 쇼쿠사이를 국내에 선보였다. 이 제품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서 동시에 발매했다. 그만큼 국내 시장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의미라고 주류업계 관계자들은 평가했다.
롯데아사히주류 지난해 매출은 1386억원으로 전년보다 330.5%가 늘었다. 영업이익은 420억원으로 1095.1% 증가했다.
산토리는 과일 향을 강조한 카오루 에일 생맥주 공급량을 올해 5배 늘렸다.
일본 주류 전문 유통사 후지이트레이딩의 이케다 쇼고 주류 부문 마케팅 담당자는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일본 내수 시장에서는 맥주가 발포주에 밀리면서 오랫동안 시장에 반향을 일으키는 신제품이 나오지 않았다”며 “일본 정부가 지난해 맥주 주세를 낮추면서 신선하고 색다른 맥주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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