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대기업 임원과의 식사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생성형 인공지능(AI) 얘기가 나왔다. 엔비디아로 시작한 대화는 ‘너도나도 AI를 외치지만 기업 입장에서 AI로 어떻게 이윤을 창출할 수 있을지’로 이어졌다.
챗GPT가 몰고온 생성형 AI 열풍에서 수혜를 보는 주요 기업은 주로 정보기술(IT)과 반도체 분야다. 대표적으로 엔비디아가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로 시작한 엔비디아는 AI 열풍에 힘입어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IT 기업 중 하나가 됐다.
엔비디아가 판매하는 AI 가속기는 아마존, 델,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주로 구매한다. 이 AI 가속기가 있어야 빅테크들은 더욱 빠르고 정확한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신제품을 계속 내놓으며 빅테크들을 유혹한다. 외신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최신 AI 가속기 블랙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TSMC에 칩 생산 주문량을 25% 늘렸다. 공식 출시 전부터 글로벌 빅테크들이 엔비디아의 최신 칩을 구하기 위해 줄을 서면서 생산 주문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도 AI 열풍에 웃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TSMC는 엔비디아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엔비디아 제품이 잘 팔릴수록 TSMC 실적도 우상향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TSMC는 2분기 매출이 급증해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다.
엔비디아 GPU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 역시 수혜주로 손색이 없다. AI 시대에는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도 실적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언제쯤 제대로 돈이 벌 수 있을지다. AI 서비스를 위한 반도체 등을 제공하는 기업들은 이미 큰돈을 벌고 있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돈 먹는 하마’다.
최근 미국 벤처캐피털(VC) 세쿼이아캐피털의 데이비드 칸 파트너는 최근 ‘AI의 6000억 달러짜리 질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AI 버블이 전환점에 도달하고 있다”며 “AI업계가 데이터센터 등에 경쟁적으로 투자한 막대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6000억 달러(약 831조 원)에 달하는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갖추는 데에만 수십조 원 단위의 돈이 들고, 전력비 등 고정비용도 상당하다. 자체 생성형AI를 개발하려는 수많은 기업은 AI 클라우드를 이용하기 위해 데이터센터에 수수료를 지급한다. 이들 기업은 이윤을 붙여 최종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구조다.
이처럼 대규모 비용을 회수하고 수익을 챙기기 위해선 소비자들이 그만큼 지갑을 열어야 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생각만큼 지갑을 열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현재 무료로 풀린 각종 생성형 AI 챗봇을 이용하고 있지만, 여기에 매달 돈을 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삼성전자는 올 초 출시한 첫 생생형 AI폰 갤럭시S 24를 앞세워 판매량을 높였다. 다만 앞으로 갤럭시S에 탑재되는 AI 기능을 고도화하며, AI 서비스 유료화에 나설 경우 소비자들의 저항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AI에 우리 테크 산업의 앞날이 걸려있는 것은 분명하다. 로봇 공학, 자율주행, 신약 개발 등 미래 이슈를 해결해 나가는 핵심 역시 바로 AI다. 어려운 말일 수도 있지만, 기업입장에선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대응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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