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마이너리그에서 힘겨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고우석이 후반기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까.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시기가 찾아왔다.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 트윈스의 1차 지명을 받은 고우석은 데뷔 3년차에 ‘마무리’ 자리를 꿰차며 65경기에 등판해 8승 2패 1홀드 35세이브 평균자책점 1.52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남겼다. 이듬해 고우석은 40경기에서 4패 1홀드 17세이브 평균자책점 4.10으로 부진했으나, 2021시즌 다시 30개의 세이브를 수확하며 정상 궤도에 올라섰다. 그리고 2022시즌 61경기에서 4승 2패 42세이브를 기록하며 ‘세이브왕’ 타이틀과 함께 평균자책점 1.48로 커리어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승승장구를 이어가던 고우석이 어려움을 겪은 것은 지난해였다. LG가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기염을 토했으나, 고우석은 44경기에서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로 마무리 자리를 꿰찬 뒤 두 번째로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우석에게 기분 좋은 소식이 찾아왔다. 2023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신분 조회를 요청한 것. 신분 조회는 메이저리그에서 해당 선수에 대한 관심이 있을 때 진행되는 절차다.
물론 신분 조회 요청이 반드시 메이저리그 계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빅리그 구단이 고우석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분명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그리고 갑작스럽지만 고우석은 이 관심을 기회로 삼기로 결정,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성적이 좋지 않았던 만큼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은 뜨겁지 않았으나, 포스팅이 마감되기 직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년 450만 달러(약 62억원)의 계약 맺으면서 극적으로 빅리그 무대에 입성하게 됐다.
하지만 고우석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았다.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의 배려 속에서 충분한 준비 시간을 갖고 마운드에 올랐지만, 시범경기에서의 성적은 아쉬웠다. 그리고 서울시리즈에 앞서 ‘친정’ LG와 연습경기에서 또다시 부진하면서 결국 개막 로스터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말을 낳았다. 이에 고우석은 샌디에이고 산하 마이너리그 더블A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트리플A가 아닌 더블A에 배치된 것도 샌디에이고의 배려였다. 하지만 10경기에서 2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4.38로 부진하던 중 다시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고우석이 ‘타격왕’ 출신의 루이스 아라에즈 트레이드의 반대급부로 마이애미 말린스로 이적하게 된 것. 샌디에이고에서 데뷔도 하지 못한 채 둥지를 옮긴 것은 아쉬웠지만, 마이애미행은 고우석에겐 기회였다. 샌디에이고보단 뎁스가 두텁지 않을뿐더러, 마이애미가 시즌 초반부터 성적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이애미에서도 고우석의 입지는 탄탄하지 않았고, 5월 말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맛봤다. 이에 고우석은 새로운 팀을 물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그를 원하는 팀은 없었고, 결국 마이애미 마이너리그에 잔류하게 됐다.
마이애미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되는 과정까지도 많은 일이 일어났으나, 충격적인 소식은 또 들려왔다. 트리플A 16경기에서 2승 1홀드 평균자책점 4.29로 부진하면서 지난 12일 더블A로 강등이 된 것. 유망주 오토 로페즈의 재활 경기 출전을 위한 조치였지만, 트리플A에 자리가 필요하다면 가장 먼저 더블A로 내려갈 선수가 고우석이었던 것이다. 강등이라는 충격 때문일까. 고우석은 더블A로 내려간 뒤 첫 등판에서 1이닝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3실점(3자책), 지난 14일 1이닝 1피안타 3볼넷 2실점(1자책)으로 부진한 모습이 이어지는 중이다.
우여곡절 속에서 고우석은 샌디에이고 더블A와 마이애미 더블A-트리플A에서 고우석은 총 28경기에 등판해 3승 2패 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5.09로 허덕이고 있지만, 기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트레이드가 마감되는 8월 1일 전까지 빅리그 로스터에 있는 많은 선수들이 팀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트레이드가 이루어진 뒤에는 자연스럽게 마이너리그에 있는 선수들이 빅리그의 부름을 받을 수밖에 없고, 고우석의 입장에서는 이 기회를 살릴 필요성이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후반기 반등을 통해 경쟁력을 증명하고, 2025시즌에는 메이저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는 것. 때문에 포기하기엔 이르다는 것이다.
물론 쉬운 상황은 아니다. 고우석에겐 2025시즌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단기간이 아닌, 내년에도 빅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사실상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올해로 끝이 날 수도 있다. 경쟁력이 없는 선수에겐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은 발목을 잡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과거 윤석민 또한 이로 인해 빅리그 무대를 밟지도 못했다. 고우석이 1년 만에 KBO리그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시선이 생기는 이유다.
낙담하긴 이르지만,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는 고우석이 후반기 기적과 같은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까. 일단 고우석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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