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말로만 듣던 상황, 천하의 류현진도 당황했다.
류현진은 지난 2006년 프로에 데뷔해 데뷔 시즌 18승을 거두며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석권했고, 이듬해 17승, 2008년 14승, 2009년 13승, 2010년 16승, 2011년 11승, 2012년 9승을 거두며 KBO리그를 평정했다. 그리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11시즌을 뛰며 186경기 78승 48패 평균자책점 3.27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한 뒤 올 시즌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야말로 야구 선수로서 누를 건 다 누린 선수며 산전수전 모든 경험을 다 해보던 베테랑이다. 그런 그가 37살의 나이에 처음 경험해 본 일이 생겼다.
상황은 지난 1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는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벌어졌다.
이날 선발 등판한 한화 류현진은 6이닝 6피안타 3탈삼진 1볼넷 3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고 고척돔 첫 경기에서 보여줬던 ‘9실점 악몽’은 없었다.
류현진은 출발부터 좋았다. 2회까지 한 타자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3회 1사 만루에서 도슨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실점했다. 도슨에게 일격을 당한 류현진이었지만 후속 타자부터 다시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키움 타선을 꽁꽁 묶었다. 하지만 5회 또다시 도슨에게 당했는데 이번에는 류현진이 당황했다. 상황은 이랬다.
5회 선두타자 김태진에 중전 안타를 맞은 류현진은 장재영을 3루수 땅볼로 유도해 선행 주자를 잡아냈다. 그리고 이주형을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가볍게 이닝을 마치는 듯했다. 그러나 2사 1루에서 도슨의 타구가 고척돔 외야 천장에 맞고 떨어졌고 우익수 이원석은 당황하며 잡았다 놓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때 1루 주자 장재영이 홈을 밟았고 이렇게 류현진은 추가 실점했다.
류현진은 도슨이 타격하는 순간 평범한 우익수 플라이를 예상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3루 더그아웃 쪽으로 걸어갔다. 너무나 평범한 플라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구가 고척돔 천장을 맞으며 상황이 변했다. 메이저리그 돔 경기장에서 많은 경기를 치러봤던 류현진이지만 고척돔 로컬룰을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그래서 대형 전광판 화면을 보며 2루심에게 고척돔 로컬룰에 대해 물었다.
KBO 대회요강 고척돔 로컬룰에 따르면 천장에 맞은 공의 타격 결과를 어떻게 판정하느냐는 타구가 어디에 맞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내야 페어 지역에서 공이 천장이나 구조물에 맞고 떨어질 경우, 이 공을 야수가 잡으면 아웃으로 판정하고 잡지 못하면 인플레이가 선언되며 안타가 된다. 외야 페어지역에서 천장 상단 세 번째 통로에 노란색으로 그어진 기준선보다 멀리 날아간 타구가 천장을 맞을 경우는 홈런이 된다. 만약 천장 구조물에 끼어 공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볼 데드가 선언되고 타자와 주자는 2개 베이스를 이동하게 된다.
고척돔 로컬룰이 이렇게 정해져 있지만 타구가 고척돔에 맞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고척돔은 일본 도쿄돔보다 11.4m나 높은 67.59m이기 때문이다. 이론상 타구가 천장에 맞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래서 고척돔을 홈으로 사용하는 키움 선수들이 아닌 이상 고척돔 룰을 정확히 숙지하지 못한 선수들도 많다.
류현진도 정확하게 알지 못했고 2루심에게 다가가 룰을 숙지했다. 룰을 제대로 알고 있던 키움 홍원기 감독은 도슨의 타구 때 홈런 인정 여부를 두고 비디오 판독까지 요청하는 모습이었다.
[류현진이 2루심에게 고척돔 로컬룰에 대해 묻고 있다 / 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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