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공무원들에게 요구한다. 공무원으로서의 직업윤리를 꼭 지켜달라. 공무원들의 직업윤리에는 상부의 불법적이고 위법적인 업무지시를 거부해야 하는 것도 포함됐다. 제발 위법적인 방통위 체제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즉각 중단하길 촉구한다.” (박상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의 자진 사퇴로 이상인 직무대행 1인 체제가 된 방통위가 위법적 운영 논란에도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를 계속해서 진행하자, 방통위 공무원들을 향해서도 위법적 업무지시를 거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5일 오전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윤창현)은 정부과천청사 앞과 방통위 근처에 마련된 이진숙 후보 인사청문회 준비 오피스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인 체제 불법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2일 자진 사퇴한 김홍일 전 위원장은 앞서 지난달 28일 기습적으로 회의를 열어 공영방송(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와 KBS, EBS) 이사 선임 계획안을 의결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을 방통위원장 후보로 내정했다. 방통위는 지난 12일 방문진 이사에 32명, KBS 이사에 53명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15일 오전 공개된 방문진 이사 지원 명단을 보면 MBC 구성원들을 탄압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백종문 전 MBC 부사장, 이우용 전 라디오본부장을 비롯해 5·18 민주화운동 폄훼 비판을 받은 차기환 변호사 등이 지원했다.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2인 체제 방통위 위법성은 더 이야기할 게 없다. 지금은 심지어 1인 체제다. 불법적인 공영방송 이사 공모 절차가 강행되고 있다. 즉각 중단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김홍일 전 위원장이 2인 체제에서 공영방송 선임 계획안을 의결하고 도주했다. 어떻게 선임 계획안을 의결했는지 똑똑하게 밝혀달라. 지난주 금요일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서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발표했다. 2인 체제 김홍일 체제에서 결정했나. 이상인 1인 직무 대행 체제에서 결정했나”라고 물으며 “우리는 이 절차 하나하나에 대해 분명히 따져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방통위 공무원들을 향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호찬 본부장은 “1인 체제 방통위에 부역하는 공무원들 한명 한명 그 법적 책임을 면치 못할 거다. 이 정권은 오로지 MBC 장악을 위해서 시간표를 맞춰가고 있다. 이진숙 후보가 인사청문회 통과 못 하겠지만, 강행할 것”이라며 “이진숙이 임명되자마자, 방문진 이사진을 임명하기 위해 사전에 이 임명 절차를 속전속결로 진행하기 위한 전략과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 지금의 결정은 반드시 법적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 정권은 오로지 MBC 장악을 위해서 시간표를 맞춰가고 있다.
방문진 이사에 지원한 논란이 있는 인사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호찬 본부장은 “세월호와 5·18 유가족을 폄훼한 차기환이라는 자가 뻔뻔하게 또 공모했다. 김병철은 방문진 회의에서 민영화를 운운했던 자다. 이런 자가 또 공모했다. 김성근은 이동관이 임명되자마자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의 후임 보궐로 임명된 자다. MBC 본부장 시절 법인카드 5000만 원을 불법 사용해 스스로 토해낸 자다. 백종문은 백종문 녹취록을 검색해보면 최승호 박성제 전 노조위원장을 증거 없이 해고했다”고 비판했다.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은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면직시킨 이래로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직무대행을 포함해 방통위 수장이 7번 교체됐다. 이렇게 운영된 정부 부처가 있었나. 방통위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31일 TV조선 재승인 점수 변경 의혹으로 검찰에 기소된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이 면직된 이후, 방통위원장 자리는 김효재 직무대행, 이상인 직무대행, 이동관 위원장, 이상인 직무대행, 김홍일 위원장, 이상인 직무대행 체제를 경험했다.
윤창현 위원장은 “공영방송 이사진 공모 결과 방송장악 국정농단에 가담한 자가 한둘이 아니다. 권력에서 내리꽂은 극우 인사들은 그렇다 치자”라며 “방통위 공무원들마저 최소한의 비판 없이 비판 없이 기계적으로 직무를 수행해가고 있다. 공무원 다수가 박근혜 정권 수사 과정에서 수사 대상이 됐고 일부는 처벌받고 장관급 인사가 구속됐다. 그런 미래를 방통위 공무원의 미래로, 방송정책의 미래로 만들지 말라. 방통위 공무원들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박유준 EBS지부장은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나온 이유는 단지 EBS라는 회사를 지키기 위함이 아니다. 우리가 속한 회사를 살리는 문제가 아니다. 언론인으로서 할 말을 하지 못하고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건, 언론이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아도 됨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언론인들이 잘못을 막아야 한다. 이 정권이 떳떳하다면 언론을 장악하고 공영방송을 탄압할 필요가 없다. 방송을 장악하고 언론을 탄압하는 것이 국민을 위함인지 권력을 지키기 위함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후 언론노조는 정부과천청사 인근에 ‘1인 체제 불법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중단하라’, ‘이진숙 사퇴하라’ 등 내용이 쓰인 현수막을 걸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