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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이내 치료가 관건인 뇌졸중을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대한뇌졸중학회는 15일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 계획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사업의 시행 전 현재 일반진료질병군으로 되어 있는 뇌졸중의 진료군을 전문진료질병군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11일 브리핑을 열고 “오는 9월부터 상급종합병원이 치료 난이도가 높고 생명이 위중한 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의 일반병상은 최대 15%까지 줄이고 중환자 비율을 50% 이상으로 늘리는 구조 전환 시험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기준대로라면 대표적인 필수중증응급질환인 뇌졸중을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게 학회의 지적이다.
학회에 따르면 뇌졸중은 암, 심장질환, 희귀·중증난치질환과 함께 4대 중증질환에 속한다. 뇌혈관이 갑자기 막혀서 생기는 뇌경색, 터져서 발생하는 뇌출혈 모두 골든타임 내 치료가 환자의 예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국내 사망원인 4-5위에 해당할 뿐 아니라 뇌졸중 이후 후유장애로 인해 성인 장애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사회경제적 부담이 높다.
문제는 수술이나 시술하지 않는 뇌졸중이 전체 뇌졸중의 80%를 차지하는디 현재 두통, 알레르기, 두드러기 등의 질환과 같이 일반진료질병군에 속해 있다는 점이다. 상급종합병원에서의 중환자 진료 비율을 50% 까지 늘릴 경우 현재 일반진료질병군에 속해 있는 뇌졸중 환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못 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학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는 연간 11만명 이상의 새로운 급성 뇌졸중 환자들이 발생한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현재 국내 뇌졸중 환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2050년에는 매년 35만명의 새로운 뇌졸중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에서는 뇌졸중 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진료군 개선 없이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환자기준을 높이는 것은 대표적 중증질환인 뇌졸중 골든타임 내 치료를 위한 안전망 구축에 역효과를 낼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경복 정책이사(순천향의대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이 빠른 시간내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되지 않으면 심한 장애와 함께 사망까지도 발생할 수 있는 필수중증응급질환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뇌졸중 환자의 80%가 일반진료질병군으로 분류되는 것은 뇌졸중의 골든타임 내 치료를 위해 인적네트워크, 권역심뇌혈관센터 등의 필수질환에 대한 정부의 여러 정책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 상황과 맞지 않다”고 질타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중증환자 진료를 늘려야 하는 상급종합병원에서는 뇌졸중 환자 진료를 포기할 수 있다.
이는 포괄적 치료가 필요한 급성 뇌졸중 환자가 치료 기회를 잃게 될 수 있는 결과로 되어지게 된다. 즉, 뇌졸중 치료 골든타임 사수를 위해서라도 왜곡된 질병분류체계를 바로잡고 진료군에 대한 재분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차재관 부이사장(동아의대 신경과 교수)은 “현재 질병군 분류가 유지된다면, 최종 치료를 담당해야 하는 상급종합병원에서의 뇌졸중 진료가 제한되어 뇌졸중 진료 인력과 인프라 구축 또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결국 국민들에게 이러한 피해가 전가될 수도 있다”며 “뇌졸중을 전문진료질병군으로 수정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요한 과제다. 학회는 정부가 진행하는 필수중증의료 진료 시스템 구축을 위해 최선을 다해 적극 지원하겠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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