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파리 올림픽은, 역대 최악의 성적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은 대회다. 아예 본선 티켓을 놓친 종목들이 많아 선수단 규모도 크게 줄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이고, 각본 없는 드라마라 불리는 스포츠에서 섣부른 예측은 오판을 불러올 뿐이다.
어려울 때 탄생한다는 영웅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태극전사들은 주위 목소리에 신경 쓰지 않은 채 마지막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들의 면면을 보면, 암울한 전망은 밝은 기대로 바뀐다.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한국 기계체조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마루운동 메달리스트 배출을 기대한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닌 두 명이다.
한국체대 7년 선후배 사이인 김한솔(29·서울시청)과 류성현(22·한국체대)은 나란히 남자 마루운동에 출전, 동반 메달 입상을 바라본다.
한국 체조는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 동메달 5개를 수확했다. 세부 종목으로 구분하면 개인종합, 도마, 평행봉, 철봉 등에서 메달이 나왔지만 마루운동에서는 메달이 없었다.
파리 올림픽에서는 남자 마루운동이 가장 메달 경쟁력이 높은 체조 종목이다.
마루운동이 주 종목인 김한솔과 류성현이 큰일을 내겠다는 각오다. 둘 다 아직 올림픽 메달이 없는데, 이번 파리 대회에서는 나란히 첫 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에 오르려 한다.
류성현은 3년 전 처음으로 출전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마루운동 4위에 올랐으며, 세계적인 기량을 갈고닦았다.
남자 체조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올림픽 단체전 본선 출전권 획득에 실패하면서 개인 자격으로 파리행 티켓을 따야 했는데, 류성현은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시리즈 랭킹 포인트 마루운동 1위로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김한솔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과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뛰어난 연기를 펼쳐 마루운동 2연패를 달성했다.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개인전 2연속 금메달은 여홍철(1994 히로시마·1998 방콕 남자 도마)과 김수면(2006 도하·2010 광저우 남자 마루운동)에 이어 세 번째 대기록이다.
김한솔은 지난 5월 남자 기계체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파리행 티켓을 획득, 3회 연속 올림픽 출전 길을 열었다. 대한체조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는 마루운동과 도마 종목에서 김한솔의 메달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류성현과 김한솔은 도쿄 올림픽 남자 마루운동에 동반 출전해 각각 4위, 8위에 자리했다.
류성현은 8명의 결선 출전 선수 중 가장 높은 난도 7.0점의 기술을 펼쳤지만 0.3점의 감점을 받았고 연기 수행 점수도 7.533점에 그쳤다. 김한솔은 감점이 없었으나 연기 수행 점수가 6.766점으로 저조했다.
3년 전 아쉬움을 삼킨 김한솔과 류성현은 파리 대회에서 반등을 자신한다. 국제 대회에 출전하며 경험과 자신감을 쌓았고 연기 난도를 높여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둘은 “파리 올림픽에서는 도쿄 올림픽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루운동 첫 메달 사냥에 관건은 경기 당일의 몸 상태와 착지다. 올림픽에 나서는 체조 선수들의 기량 차이는 크지 않아 누가 컨디션 관리를 잘하고 실수를 줄이느냐가 중요하다.
남자 마루운동은 12㎡의 탄성도 높은 마루에서 점프, 공중회전, 물구나무서기 등 10개의 기술을 펼쳐 연기한다. 사각을 모두 이용하고 4번 이상 공중회전 후 착지해야 하는데, 선을 밟거나 벗어나면 0.3점이 깎인다. 착지를 다섯 번이나 실수하면 감점만 1.5점으로 하위권까지 밀려날 수 있다.
앞서 두 번의 올림픽에서 실수 때문에 고배를 마셨던 김한솔은 “리우와 도쿄 대회에서는 너무 긴장을 많이 했다. 이제는 노련미가 더해진 만큼 다를 것”이라며 “(류)성현이와 함께 시상대에 섰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류성현도 “도쿄 대회에서 4위를 기록했지만 값진 경험을 쌓았다”며 “파리 대회에서는 도쿄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마루운동 시상대 맨 위에 오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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