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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vs HD현대重, 美 함정 유지보수 시장 각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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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미국에서 해군 함정 유지보수(MRO) 시장 선두 경쟁을 벌인다. 양사는 각각 미국 현지 조선소 인수, MRO 사업 참여 자격 획득 등 ‘최초’ 타이틀을 얻으며 본격적인 미 시장 선점 승부에 돌입했다. 양사는 앞으로 미국 이외 호주, 동남아시아 등 해외 각국에서 경쟁의 판을 넓힐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올해 말 해군에 인도 예정인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KDX-Ⅲ Batch-Ⅱ) 1번함 ‘정조대왕함’의 시운전 모습. / 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올해 말 해군에 인도 예정인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KDX-Ⅲ Batch-Ⅱ) 1번함 ‘정조대왕함’의 시운전 모습. / HD현대중공업

관련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 함정 MRO 입찰 참여 자격을 획득했다. 한화오션 역시 조만간 해당 자격을 취득할 전망이다. 이로써 양사간 연간 20조원 규모의 미국 MRO 시장 경쟁이 본격화된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국내 최초로 체결했다. MSRA는 미 함정의 MRO를 위해 미국 정부가 민간 조선소와 맺는 협약이다. 미 함정 MRO 사업 참여를 위해선 MSRA를 우선 체결해야 한다.

HD현대중공업은 이번 MSRA 체결을 계기로 앞으로 미 해군 함정 외에도 미 정부가 발주하는 함정, 특수목적선, 관공선 등 신조(新造) 사업으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앞서 한화오션은 올해 6월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Philly)조선소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으며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조선업 진출을 알렸다.

1997년 미 해군 필라델피아 국영 조선소 부지에 설립된 필리조선소는 노르웨이 석유·가스·재생에너지 전문기업 아커(Aker)의 미국 소재 자회사로 미국 존스법(Jones Act)에 의거해 미 연안에서 운항하는 상선을 전문 건조한다. 필리조선소는 미국에서 건조된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컨테이너선 등 대형 상선의 50%를 공급해오고 있다.

이를 통해 한화오션은 필리 조선소가 강점을 가진 중형급 유조선, 컨테이너선 분야로 수주를 확대해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키울 수 있게 됐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 인수는 앞으로 미 MRO 시장 진입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화오션 역시 올해 4월 말 MSRA를 신청하며 MRO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이에 앞서 한화오션은 2023년 조직을 개편하며 함정 MRO 전담 조직을 신설한 바 있다. 올해 4월 말 MSRA 신청과 함께 거제 사업장의 야드 실사까지 마치며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필리조선소가 미 해군 수송함 MRO 사업도 맡아 온 만큼 한화오션의 미국 함정시장 진입 시 함정 건조, MRO 수행을 위한 사업장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Philly) 조선소 전경. / 한화그룹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Philly) 조선소 전경. / 한화그룹

양사의 치열한 경쟁은 연간 20조원 규모의 미 해군 MRO 사업이 미래 먹거리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특히 미 해군 MRO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으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글로벌 MRO 시장 진입 확대는 신규 함정 수주 외에도 함정 전 주기에 걸쳐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인텔리전스는 전 세계 해군 함정 MRO 시장 규모가 올해 577억6000만달러(79조5000억원)에서 오는 2029년 636억2000만달러(87조6000억원)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양사는 미국 외에도 글로벌 시장으로 경쟁 무대를 넓히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미 필리핀 해군의 함정 MRO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22년에는 필리핀에 군수지원센터를 설립해 국내 함정 건조업체 최초로 해외 MRO 시장에 진출했다. 필리핀 함정의 MRO 실적을 바탕으로 미국을 비롯해 아시아, 남미 등 권역별 MRO 시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오션은 호주의 방산 조선업체 오스탈 인수를 추진 중이다. 오스탈은 미 앨라배마주에 조선소를 두고 있다. 미 해군 함정 수주 경험도 가졌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MSRA 체결과 조선소 인수를 두고 미 시장에 어느 업체가 더 우위를 선점했다고 말하긴 힘들다”면서도 “앞으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MRO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국내에서도 수출 시장에 우위를 점할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양사는 올 하반기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기업 선정을 두고 각축을 벌인다. 이번 사업은 오는 2030년까지 해군의 차세대 주력 함정인 6000톤(t)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발주하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 7조8000억원에 달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KDDX 사업과 관련해 참여 가능한 방산업체 지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모두 신청서를 냈다. 산업부는 HD현대중공업 단독 지정과 한화오션을 함께 복수로 지정할 수 있다. 복수 지정의 경우 방위사업청이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 중 한 가지 방식을 택한다.

HD현대중공업은 그간 관례대로 수의계약을 해야 한다 주장한다. 이에 한화오션은 자사 군사기밀을 HD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이 불법 유출한 만큼 경쟁입찰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한화오션은 개념설계를,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따냈다. 통상적으로 기본설계 이행 업체가 상세설계, 선도함, 후속함 건조 사업을 시행해 왔다.

양사의 신경전은 기본설계 이후 진행되는 상세설계를 따내면 선도함 건조까지 맡을 수 있어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선도함 이후 두 번째부터 건조되는 후속함들은 선도함 설계도를 바탕으로 보완해 제작해 선도함의 상징성이 더욱 크다.

선도함 설계를 따낼 경우 수출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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