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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당선은 한국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 전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유세 중 총격을 당한 이후 당선 가능성이 더욱 커진 가운데 나온 ‘미국통’ 인사의 발언이어서 주목을 끈다.
류 회장은 12일 제주도 모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과 한국의 통상 영향에 대한 질문에 “그가 당선되더라도 어려워지진 않는다”며 “오히려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간단하게 소통할 수 있으니까 편한 면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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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회장은 풍산그룹의 수장이면서 한경협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류 회장은 풍산의 방산 사업을 주도하며 미국 정·재계 인맥을 두루 확보해 재계에서 ‘미국통’으로 불린다. 한 예로 그는 선친인 류찬우 회장 시절 때부터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일가와도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류 회장이 현지 네트워킹을 활용해 미 대선의 흐름을 이미 간파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는 가운데, 그가 대선 전망을 직접 시장에 전하면서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또 류 회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서 더 자유롭게 기업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도 내다봤다. 그는 “미국 민주당은 현지 기업들을 보호하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에 투자한 기업을 현지 회사와 똑같이 대할 테니 그런 측면에서는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큰 기업들은 노조가 없는 주에 주로 진출해있는데, 노조와 관련된 기업을 먼저 생각하는 바이든 대통령보다는 트럼프가 유리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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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의 대미 협상력에 대한 전망에 대해서도 말했다. 류 회장은 “한국이 미국 정부하고만 협상을 하려면 어려울 것이고, 한국·미국·일본 세 나라가 합쳐서 일을 하려면 그도 협조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다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당선 이후 재무장관, 국무장관에 선임될 인물들이 예상되는데, 그들도 한미일 관계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라고 귀띔했다.
류 회장은 이번 기자 간담회에서 미 대선에 관한 전망 뿐 아니라 한국 경제에 고착화된 위기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문제를 O(outdated·낡은)·L(Low·낮은)·D(Dormant·정체된)를 합친 ‘OLD’로 요약해서 정의했다. 이 중에서도 낡은 규제들이 만연한 우리나라 산업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류 회장은 “기업에 관련된 제도를 들여다보면 우리 기업은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뛰는 형국”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가벼운 몸으로 뛰는 경쟁국 기업을 상대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제도부터 과감하게 바꿔서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가장 문제가 되는 제도로 상법개정안을 꼽았다. 국회의 야당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상법개정안에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현행 회사에서 일반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사안에 대해 류 회장은 “이사 충실의무 확대가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초래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며 “제도를 만들 때 현상에 집착하다가 본질을 놓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선진국은 문제가 생기면 규제를 만들지만, 우리나라는 규제를 먼저 만들고 발을 묶어버려서 사업하기가 더욱 어렵다”고 전했다.
또 류 회장은 낮은(Low) 출산율과 생산성, 정체된(Dormant) 산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정부·기업·국민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인구 위기에 대해서 기업들도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며 “AI와 데이터혁명 시대에서 우리 기업과 산업이 어떻게 대처해나갈지 더 늦지 않게 심도있는 고민을 시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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