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홍유진 서상혁 기자 = “한국 자본시장에 기생하는 불공정 세력과 그로 인해 무너진 신뢰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최근 서울 강남구 화우 사옥에서 만난 김영기(사법연수원 30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한국의 자본시장은 신뢰하기 어렵다는 국내외 인식이 발목을 잡고 있다”며 “불법적인 이득이라면 1원 한 푼까지 환수하겠다는 의지나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폐지 전 마지막 합수단장을 지냈다. 주가조작 등 각종 금융범죄 수사를 전담해 온 합수단은 한때 ‘여의도 저승사자’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김 변호사는 당시 합수단을 이끌며 라임펀드, 신라젠 사건 등을 굵직한 금융범죄 수사를 맡았다.
◇불공정 세력·무너진 신뢰…코리아 디스카운트로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투자처로서 주목받지 못해 성장 동력을 놓치고, 결국 외국 기업에 비해 저평가된 실적을 내는 현재 상황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해당한다고 봤다.
김 변호사는 “코스피가 80년도에 지수 100으로 출발했는데 아직 ‘3000’도 못 보고 있고, 코스닥도 마찬가지인 실정”이라며 “자본시장이 깨끗하지 못하다는 선입견과 함께 불공정 거래, 정보 격차 등이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불공정거래로 형사 처벌은 받은 사람들에게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신상정보 공개나 계좌개설 금지 등을 통해 다시는 자본시장에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시장에서 격리하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당이득액 산정 기준 완화해야”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부당이득액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도 쟁점이다. 기존에는 불공정거래와 무관한 제삼자가 개입하는 등 외부요인이 주가에 영향을 끼친 경우 부당이득액을 제대로 산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김 변호사는 “계산기 두들기듯 산술적으로 엄격하게 따질 것이 아니라 법률상 인과관계의 측면에서 부당이득액을 느슨하게 추정해야 한다”며 “자본시장에서 주가가 형성되는 특수한 로직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당이득과 불공정행위 간의 인과관계를 조금은 완화해야 한다”며 “이런 합의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사실상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유명무실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불공정거래 과징금 △부당이득 산정 방식 법제화 △자진신고자 감면제도 등이 도입됐다.
김 변호사는 2019년 대검찰청 부당이득 산정기준 법제화 태스크포스(TF) 팀장으로도 일했다.
◇”사법협조자 감면 제도, 운영이 중요”
김 변호사는 최근 도입된 ‘자진신고자 감면제도’에도 주목했다. 올 초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주가조작 등 위반 행위를 자진 신고하거나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최근에는 다수가 은밀하고 조직적으로 관여하는 형태의 금융 범죄가 늘고 있다”며 “감면제도 도입 의의가 상당히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이미 마피아, 뇌물 범죄 등에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자본시장 범죄에도 도입한 경우는 사실상 최초”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아무런 검증 없이 한 사람의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허위가 개입될 소지가 있다”며 “수사를 하는 사람이나, 수사를 받는 사람이나 서로 달콤한 유혹에 빠질 수 있는 제도”라고 짚었다.
김 변호사는 이처럼 제도가 오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몇 가지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 변호사는 “사법협조자의 진술만 가지고 유죄의 증거로 삼으면 안 되고, 그 진술을 보강할 물적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검찰이 진술만 받아내서 기소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빙성을 입증할 수 있는 물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아예 공소장에도 증거로 쓰지 못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