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간판골잡이 해리 케인(31·바이에른 뮌헨)이 나가자 골이 터졌다. 흔한 표현으로 ‘케나골’이다. 유로 대회 첫 우승을 노리는 ‘축구종가’ 잉글랜드가 유로 2024 결승전을 앞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잉글랜드는 15일(이하 한국 시각) ‘무적함대’ 스페인과 유로 2024 결승전을 치른다. 이번 대회 초반부터 부진한 경기력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으나, 준결승전에서 ‘오렌지군단’ 네덜란드에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네덜란드를 상대로 회복세를 보여 결승전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조별리그부터 4강전까지 6경기에서 3승 3무(승부차기 무승부 처리)의 무패 성적을 적어냈다. 7득점 4실점을 기록했다. 수비는 괜찮았지만, 공격은 못내 아쉬웠다. 부동의 원톱 스트라이커 케인은 3골을 터뜨렸다. 팀 전체 득점의 42.9%를 마크했으니 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경기력에서는 낙제점을 받았다. 동료들과 호흡에서 문제점을 보였다.
세르비아와 조별리그 1차전, 슬로베니아와 조별리그 3차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하지만 골을 넣지 못했다. 필 포든, 주드 벨링엄, 부카요 사카 등과 효율적인 공격을 합작하지 못했다. 상대 수비수들의 집중 견제로 전방에 자주 고립됐다. 오히려 케인이 교체된 후에 잉글랜드의 공격력이 살아나는 경향도 나타났다.
잉글랜드는 네덜란드와 준결승전에서 역전승을 올렸다. 전반 7분 만에 사비 시몬스에게 선제골을 얻어맞고 끌려갔다. 전반 18분 케인이 페널티킥으로 동점골을 만들었다. 이후 팽팽한 승부를 벌이다 후반 45분 올리 왓킨스가 결승골을 뽑아냈다. 후반 36분 케인을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은 왓킨스는 멋진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하며 잉글랜드의 결승행 주역이 됐다.
현재로선 잉글랜드의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케인을 빼고 공격진 구성을 생각하기는 어렵다. 케인의 경험과 기본 기량을 고려하면, 결승전 선발이 확실시 된다. 게다가 상대가 이번 대회 전승을 달리고 있는 스페인이다. 가장 확실한 킬러인 케인의 한방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만약 케인이 동료들과 좋은 호흡을 보이지 못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미 ‘케나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격 짜임새와 파괴력에 문제를 드러내 과감한 승부수 또한 필요하다. 팽팽하게 경기가 진행되거나 뒤지는 상황이 오면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이른 결단이 나올지도 모른다.
지난 유로 2020에서 이탈리아에 밀려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던 잉글랜드. 통산 4번째 우승을 바라보는 스페인을 넘어서야 새 역사를 쓸 수 있다. 과연, ‘무관의 저주’에 시달리고 있는 케인이 어떤 경기력을 보일지, 그리고 잉글랜드는 ‘케나골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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