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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스타트업에는 싸울 시간이 없습니다. 해당 규제가 없는 나라에 가서 사업, 실증을 해야 합니다.”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해 5월 열린 ‘글로벌혁신특구 조성 방안’ 기자 간담회에서 규제 탓에 날개를 펼치지 못하는 스타트업의 현실을 개탄하며 꺼냈던 말이다. 이 전 장관은 당시 “규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모르겠고 기술 속도를 못 따라잡겠다는 사실부터 담당 공무원들이 인정해야 한다”며 “담당 공무원, 중기부 장관이 계속 고정이어도 (규제를 푸는 일은) 못 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미 규제 탓에 결국 한국을 떠난 스타트업도 여럿이다. 2018년 설립된 스타트업 펫나우는 2022년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반려동물의 비문(코 무늬)을 식별하는 기술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펫나우는 생체 인식 기술로 반려동물을 등록한 후 유사시 쉽게 찾을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준비했지만 국내 상용화를 미루고 있다. 동물 등록 방법을 외장형·체내삽입형 무선 식별 장치로 한정한 동물보호법 때문이다. 펫나우의 신기술은 전자장치를 체내에 삽입하는 것보다 동물에게 불편감을 덜 주지만 규제 탓에 현재 미국·캐나다 등 해외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의료 장비 제조 업체 오톰도 휴대용 X레이 장비 ‘마인’을 개발해 중동 최대 스타트업 경연 대회인 ‘비반 2023’에서 2위에 올랐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만 한 크기로 야외 인명 구조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고 방사선 피폭량도 기존 장비와 달리 거의 없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하지만 현행법에 X레이 장비는 별도의 차폐실을 두고 의사·방사선사 등 관련 전문가만 다룰 수 있도록 돼 있어 국내에서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다. 핀테크(금융 기술) 업체 한국NFC는 식당 등에서 카드 단말기 설치 없이 스마트폰 기기만으로 결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카드 사업자가 아닌 일반 기업이나 개인 간 카드 거래를 금지한 금융 규제 때문에 한국에서 서비스를 개시하지 못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100대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 기업) 중 17곳이 국내에서는 규제 때문에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경연은 “정부는 신성장 산업을 가로막는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규제 개혁이 산업의 발전을 못 쫓아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신산업 규제 완화와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세계 주요국처럼 국내에서도 신산업 규제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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