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노, 삼성 ‘HBM·파운드리’ 언급하며 사측 압박
12일 평택 캠퍼스 HBM 생산라인 인근서 집회도
회사 명운 걸린 사업 경쟁력 빌미로 노조 입김 확장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55년 만에 역대급 위기에 직면했다. 최대 노동조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가 무기한 파업을 선언하면서다. 51년간 무노조 경영을 유지했던 삼성전자가, 반도체 경쟁이 치열한 시점에 노조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전삼노는 지난 11일부터 2차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 12일 오전에는 삼성 평택캠퍼스 HBM 생산라인 인근에서 추가 집회를 열었다. 당초 8~10일 사흘 동안만 파업에 나서기로 했으나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이다. 1차 파업에서 사측 대화 의지가 없음을 확인했다는 이유다.
노조 측은 이번 추가 파업과 관련해 “1차 목적은 8인치 웨이퍼 라인을 멈추는 것이고, 추후 핵심 반도체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세울 수도 있다”고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 결국 사측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현재 전삼노가 사측에 요구하는 것은 ▲전 조합원 노조창립휴가 1일 보장 ▲전 조합원 평균 임금 인상률 3.5% ▲성과급(OPI·TAI) 제도 개선 ▲무임금 파업으로 발생된 모든 조합원 경제 손실 보상 등이다.
다만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이 지난해 15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내고 올해 들어 겨우 업황 회복을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과도한 청구서라는 것이 재계 안팎의 지적이다. 실제 협상보다는 회사 경쟁력을 빌미로 노조의 입김을 확장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 반도체 산업의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삼성이 우선 타깃으로 내건 8인치 라인의 경우 자동화 공정이 대부분 적용된 미세공정에 비해 아직까지 인력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원이 많이 빠지면 실제 라인 가동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다.
아울러 HBM(고대역폭메모리)의 경우 현재 삼성전자가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비해 열세를 보이는 제품이다. 점차 격화되는 AI(인공지능) 반도체 주도권에서 핵심 키 역할을 하는 HBM을 타깃으로 삼은 부분에서는 노조가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사측의 약점을 교묘하게 파고들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HBM의 경우 일반 범용 메모리와 달리 맞춤형 제품이라 고객사와의 신뢰가 중요한 부분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HBM 큰 손 엔비디아의 5세대 제품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삼성 입장에서는 해당 부분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경우 경쟁사와의 격차가 더욱 커지고 경쟁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노조는 파운드리 분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지난 10일 유튜브 방송에서 “EUV 파운드리도 멈추게 하자”고 언급했다.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는 반도체 미세공정에서 필수적으로 쓰인다.
이는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글로벌 1위 TSMC와 점유율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 회사에 타격을 입혀 노조측 요구를 관철시키자는 취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마이크론 9% 수준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61%, 삼성이 14% 등이다.
HBM과 파운드리 등을 볼모로 삼은 노조의 총파업이 결국 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삼성의 경쟁사 이익에만 도움을 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삼노의 조합원 수는 현재 3만3000여명이다. 삼성전자 전체 직원(약 12만5000명)의 25% 수준이다. 조합원 대부분은 반도체 부문 소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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