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에 이어 캐피탈이 자체적으로 조성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펀드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펀드가 부실 PF 사업장을 재구조화하고, 정상화하고자 했던 펀드의 출범 목적과는 달리, 부실 이연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어서다. 이에 하반기께 속도를 낼 것으로 보였던 PF 구조조정 정리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12일 “(제2금융권이) 경·공매나 자율 매각을 통해 부실 PF를 정리하지 않고, 자율 펀드에서 먼저 부채를 이연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목표와 맞지 않다”면서 “캐피탈 업계의 PF 정상화 지원펀드도 마찬가지다. 저축은행과 마찬가지로 부실 PF 사업장을 펀드에 주차하는 방식으로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업권에서 추가로 준비하고 있는 5000억원 규모의 3차 PF펀드에 제동을 건 것은 물론, 캐피탈사 중심의 ‘2차 여전사 PF 정상화 지원펀드’ 운용에도 제동을 건 것이다. 저축은행과 마찬가지로 캐피탈사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PF펀드가 사실상 ‘파킹통장’으로 쓰이면서 부실 이연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금감원은 저축은행의 3차 PF펀드를 2차 펀드와 같이 만들어선 안 된다고 꼬집었는데, 이는 민간에서 펀드를 이용해 연체율을 왜곡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부실 PF 사업장이 펀드로 넘어가면 대출건전성 분류에 따라 이 사업장은 부실 우려가 있는 ‘고정이하’ 여신에서 ‘정상’ 여신으로 탈바꿈한다. 즉, 저축은행과 캐피탈이 부실 PF 채권을 적당한 가격에 펀드로 넘길 수만 있으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낸다는 호평과 함께 연체율 개선 효과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하지만 PF 정상화 펀드가 단순히 ‘파킹통장’ 개념으로 사용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일부 업체들은 사업성과 상관없이 일단 PF 사업장을 펀드에 넣어두고, 향후 금리가 떨어져 시장이 살아나면 그때 다시 꺼내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PF의 부실을 똑바로 평가하기 어렵게 만들고, 구조조정을 통해 시장 재구조화·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당국의 목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이 관계자는 “기존 운용 중인 2금융권의 2차 펀드부터는 성격이 출자자가 쥐고 있던 사업장을 매칭하는 방식으로 펀드에 넘기는 움직임이 있었다”면서 “출자자의 사업장이라고 해도 사업성이 있는 곳은 충분히 살릴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자칫 부실 이전 수단으로 펀드가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펀드 운용이 아니라 정말로 회복이 어려운 사업장은 공정한 평가를 통해 정리를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금융권이 PF펀드를 통해 연체율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금융당국의 지적에는 공감하면서도, 하반기께 속도가 날 것으로 보였던 PF 구조조정 움직임은 당분간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저축은행·캐피탈사들이 취하고 있는 방식은 실제 사업성이 개선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건전성은 개선되는 것처럼 보이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지적한 것은 적절했다”면서도 “하지만 적법성 여부를 따지면서 진행하다보니 부실 자산에 대한 처리가 지체될 가능성과 개연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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