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성균관대, 배터리공학과 신설
LG엔솔 고려대에 업계 최초 계약학과 설립
K배터리 국내외 인재 확보 ‘총력전’
전기차 시장의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국내 배터리 업계의 인재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차세대 배터리 등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R&D) 인력 수혈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삼성SDI는 12일 성균관대와 배터리공학과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공과대학 학사 4년제 과정으로 운영되며, 졸업생에게는 삼성SDI에 입사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지는 채용 연계형 계약학과다. 2026년부터 10년간 매년 30명 규모의 신입생을 선발할 예정이다.
채용 연계형 계약학과는 기업과 대학이 업무협약을 맺고 산업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학과다. 교육 과정을 마치면 해당 기업에 취업을 보장받는다. 2006년 삼성전자가 국내 최초로 성균관대에 반도체시스템공학과를 설립한 게 시초다.
배터리 기업이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계약학과를 신설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국내 대학에 설치된 계약학과는 대부분 석·박사급 과정이었다. 최근 수년간 배터리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한 만큼,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배터리 업계 최초 계약학과인 고려대 ‘배터리-스마트팩토리학과’와 연세대 ‘이차전지 융합공학협동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배터리-스마트팩토리학과는 박사 과정과 석·박사 통합 과정을, 이차전지 융합공학협동과정은 석사 과정, 석·박사 통합 과정, 박사 과정을 선발한다. 2022년에는 SK온과 함께 한양대와 협약을 맺고 일반대학원 내 배터리공학과를 신설했다.
SK온은 유니스트(UNIST), 성균관대와도 배터리 계약학과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석사 연구원을 양성한다. 삼성SDI는 2021년부터 포항공대, 서울대, 카이스트(KAIST), 한양대, 성균관대, 유니스트 등에서 석·박사 장학생을 선발해 배터리 인재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개별 기업만이 아니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는 현장 인력 육성을 위한 ‘배터리아카데미’를 출범하고 6월부터 교육생 모집을 시작했다. 교육 과정은 기초 교육부터 셀 공정, 배터리 설계·평가, 배터리 소재 분석 등 전문 교육까지 아우른다.
배터리 업계의 인재 확보 경쟁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LG에너지솔루션은 5월 미국 뉴욕에서 세계 인재 채용 행사인 ‘배터리 테크 콘퍼런스(Battery Tech Conference·BTC)’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프린스턴, 코넬, 아르곤 국립 연구소 등의 석·박사 인재 40여 명이 참석했다.
삼성SDI는 2022년부터 박사급 인재 채용을 위한 설명회 ‘테크 앤 커리어 포럼(Tech & Career Forum·T&C 포럼)’을 통해 글로벌 인재를 발굴하고 있다. SK온은 SK이노베이션 계열사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매년 포럼을 열고 해외 인재와의 교류의 장을 마련한다.
여전히 연구개발 인력 수요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배터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배터리 업계의 석·박사급 인력은 수요 대비 약 700명 부족한 실정이다. 처음 계약학과가 설립된 2022학년도에 입학해 석·박사를 취득하고,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뛰어들어 실적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계약학과의 규모도 그리 크지 않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일반 학과를 졸업하면 배터리 기업뿐 아니라 반도체 등 취업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에 계약학과의 인기가 예전만큼 높지 않지만, 배터리 산업의 연구개발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하고 있어 인재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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