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은호 롯데손해보험 대표이사가 보장성보험 중심 영업에 힘입어 롯데손해보험 체질개선에 성과를 내고 있지만 매각 작업은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다시 한 번 ‘가격’이 롯데손해보험 매각 성패의 핵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이 대표는 판매채널을 강화하며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의 대주주인 JKL파트너스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으면서 롯데손해보험 매각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JKL파트너스가 본입찰까지 추진한 이번 매각에서 인수자를 결정하지 못한 만큼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로 인수후보자 물색 등 단계를 다시 진행할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롯데손해보험은 전날 공시를 내고 “최대주주에게 확인한 결과 최대주주는 지분 매각을 위해 매각 주관사로 JP모건을 선정해 진행하고 있으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았으며 그 이외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불발된 배경에 우리금융그룹의 불참이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JKL파트너스는 6월28일 롯데손해보험 본입찰을 추진했으나 유력 인수후보였던 우리금융이 불참하며 최종적으로 외국계 사모펀드 1~2곳만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은 앞서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며 롯데손해보험에 관심을 보였으나 롯데손해보험 본입찰 하루 전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패키지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뒤 발을 뺐다.
이번 매각 시도가 초반 관심도에 비해 아쉬운 결과로 끝난 셈이다.
특히 이번 매각 시도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로 ‘가격’이 지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은호 롯데손해보험 대표가 기업가치 제고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하는 필요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JKL파트너스는 롯데손해보험 몸값으로 2조 원 수준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장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다소 높은 가격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는 손해보험사들이 회계적 불확실성으로 가격을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지난해부터 새 국제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되면서 가치산정 자체가 어려워졌는데 여기에 이익을 부풀렸다는 논란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손해보험은 새 국제회계제도 도입에 대응해 보장성보험 중심 영업을 펼치며 보험사 미래수익성을 나타내는 보험계약마진(CSM)을 꾸준히 개선했다.
롯데손해보험의 2024년 1분기 말 기준 CSM은 2조4306억 원이다. 2023년 1분기 말 1조8949억 원보다 28.3% 늘었다.
이 대표는 기업가치 제고 전략으로 판매채널 경쟁력 강화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속설계사 조직 확대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점쳐진다.
보험업계에서 설계사 조직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보험 상품은 다른 금융권 상품보다 복잡해 소비자가 직접 가입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이 올해 초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모바일채널로 손해보험 상품을 가입하는 비중은 2021년 기준 6.2%에 불과했다. 은행 상품 가입 비중은 74.7%, 증권’자산운용 비중 83.6%와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치다.
설계사 규모 확대가 곧 기업 경쟁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롯데손해보험은 올해 하반기 서울, 대전, 광주 등 주요 도시에 설계사 거점 업무 공간 ‘원더하이브’를 추가로 열 계획을 지니고 있다. 원더하이브 1호점은 올해 6월 부산에 마련됐다.
지난해 12월 내놓은 영업지원 플랫폼 ‘원더’를 통해서도 설계사를 늘리고 있다.
원더는 앱 안에서 설계사 자격시험을 위한 입문 강의와 모의고사, 시험 신청 등 전 과정을 무료로 제공한다. 시험에 합격한 뒤 등록하면 즉시 롯데손해보험 설계사인 ‘스마트플래너’로 활동이 가능하다.
올해 3월까지 원더 앱에서 제공되는 교육을 수료한 뒤 설계사 시험에 응시해 합격한 인원은 1009명이다.
이 대표는 올리버와이만, AT커니코리아, PwC컨설팅 등에서 일하며 국내외 금융기관에 자문을 제공해 온 금융 전략기획 전문가다. 롯데손해보험 인수 컨설팅에 참여하면서 JKL파트너스와 인연을 맺었다.
2019년 JKL파트너스가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하던 당시 기획총괄장(CFO)으로 롯데손해보험에 합류했다. 성과를 인정받아 2022년 대표이사에 오른 뒤 올해 3월 연임에 성공했다. 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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