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한국 여자 핸드볼의 자존심인 라이트백 류은희(34·헝가리 교리)가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첫 메달에 도전한다.
12년 전 2012 런던 대회에서 22살 막내로 첫 올림픽을 경험했던 류은희는 이제 4번째 올림픽을 앞둔 팀 최고참이 됐다.
그의 첫 출전이었던 2012년 4강에 올랐던 한국 여자 핸드볼은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6 리우 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4강 진출에 실패, 10위에 그쳤고 이후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8위에 머물렀다.
한국 핸드볼이 ‘잘 나갔던’ 시절과 침체기를 모두 경험한 유일한 선수인 류은희는 한층 젊어진 대표팀에서 자타공인 정신적 지주이자 리더다.
류은희는 한국 핸드볼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2019년 파리92로 이적해 유럽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고, 이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잠시 국내로 돌아왔다가 2021년 다시 헝가리 교리(헝가리)에 입단했다. 이후로도 꾸준히 유럽에서 뛰고 있는 그는 대표팀 내 유일한 해외파다.
한국 핸드볼은 언급했듯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류은희는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 6월에는 소속 팀 에이스로 꿈에 그리던 핸드볼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일궈냈다.
클럽 무대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까지 오른 류은희는 이제 한국 핸드볼을 이끌고 자신의 올림픽 첫 메달이라는 또 다른 목표에 도전한다.
그에게 올림픽 메달은 사명감이자 자존심이자 핸드볼 인생 마지막 꿈이다.
류은희는 “어려서부터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올림픽 메달을 꿈꿔왔다. 하나는 이뤘으니, 이제는 올림픽 메달만 보고 달려 핸드볼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유럽 팀들의 강세가 뚜렷한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메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독일, 슬로베니아의 유럽 5개 팀과 한 조에 속한 한국은 우선 조 4위 이내에 들어 8강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류은희의 각오는 다르다. 그는 올림픽을 위해 출국하는 자리에서 “꿈은 크게 가지라고 했다. 메달을 목에 걸고 한국에 돌아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메달을 향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류은희는 유럽을 잘 아는 유일한 한국 선수이자 최고참 언니로서, 자신은 물론 후배들까지 이끌어가야 하는 또 다른 미션도 짊어졌다.
그는 “대표팀 연령이 낮아졌는데 후배들이 실수에 연연하지 않고, 바로 다음 플레이를 이어가는 모습이 강점”이라며 “유럽 선수와 부닥쳐 본 내 경험을 후배 선수들에게 잘 전달해 주고, 나도 후배들에게 배우면서 최대한 역량을 발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 차가 많이 나서) 불편하더라”고 농담을 하면서도 합숙 훈련서 일부러 동생들과 밥을 먹는 등 팀 전체의 화합과 조화를 위한 노력도 잊지 않았다.
출국을 앞둔 류은희는 손가락에 팔을 칭칭 감고 있었다.
취재진이 부상을 당한 것이냐며 몰려들어 관심을 갖자, 그는 민망한 듯 손을 가린 뒤 “조금 다치긴 했는데, 올림픽 메달을 따는 데는 지장이 없었으면 한다, 아니 지장 없도록 할 것”이라면서 다시 한번 다부진 각오를 되새겼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