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지만 전기차 수요 둔화 추세가 뚜렷해지며 이를 달성하기 어려워졌다.
중국산 전기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결정이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 위축으로 이어지는 ‘자충수’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브스는 12일 “유럽에서 전기차 출하량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다”며 중장기 판매 전망에도 갈수록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과 영국은 2030년 판매되는 승용차 가운데 전기차 비중을 8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2035년부터는 내연기관 차량 출고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포브스는 2030년 전기차 판매 비중이 40~60% 안팎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했다.
주요 증권사들도 유사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UBS는 2024년~2030년 유럽 전기차 판매량이 기존 예상보다 900만 대 정도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증권사 제프리스도 2030년 유럽 전기차 판매 비중을 50% 수준으로 유럽연합 및 영국의 목표치와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으로 제시했다.
현재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은 20% 미만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됐다. 내연기관차 퇴출 목표를 달성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사기관 RHO모션도 포브스를 통해 “유럽연합과 영국이 2035년 전기차 100%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며 자동차 제조사들의 사업 전략을 주요 원인으로 제시했다.
유럽 자동차 기업들이 보급형 전기차 출시를 최대한 미루고 수익성을 중시하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에 가격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포브스는 현재 자동차 제조사들이 내연기관 차량의 성능에 최대한 가까운 전기차를 선보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성능 전기차는 자연히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BYD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이런 상황에 집중해 유럽에 저가 전기차 수출을 공격적으로 늘리며 가격이 낮은 전기차를 구매하기 원하는 현지 소비자 수요를 집중적으로 공략해 왔다.
그러나 유럽연합이 최근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37.6%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며 중국 기업들의 시장 진출에 어려움이 커졌다.
포브스는 “유럽의 전기차 장려 정책이 성공하려면 보급형 모델의 대중화가 필수적”이라며 “그러나 유럽 제조사는 이를 꺼리고 중국 기업의 수출은 제약을 맞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유럽 자동차 기업들이 저가 전기차 출시에 속도를 내지 않는다면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상은 유럽연합에 자충수로 남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카디프 비즈니스스쿨의 피터 웰스 교수는 포브스를 통해 “유럽의 친환경 목표 달성에 위기가 커지고 있다”며 “중국 전기차를 몰아내는 대신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 제조사들이 현재 뛰어난 기술력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며 유럽연합이 중국과 관계를 개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진출 확대는 유럽 자동차 산업이 빠르게 쇠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유럽연합에 쉽지 않은 선택지로 꼽힌다.
유럽연합은 11월 주요 회원국 투표를 거쳐 중국산 전기차 관세 부과를 정식으로 확정한다. 중국 정부는 유럽과 꾸준한 논의를 통해 대안을 찾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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