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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편견지사②] ‘독한 여자·육아 전담’ 편견 뚫고 두 회사 CEO가 되기까지

투데이신문 조회수  

한 부자(父子)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아버지는 사망하고, 아들은 중상을 입고 응급실로 이송됐다. 응급실에 도착한 의사가 아들을 보고 “난 수술 못합니다. 이 소년은 내 아들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글을 읽고 의아함을 느꼈다면 의사는 당연히 ‘남자’일 것이라는 고정된 편견 하에 일종의 편향적 사고를 행한 것이다. 사실 이 의사는 ‘여성’이자 ‘아이의 어머니’였다. 이처럼 특정한 직업, 인종, 성별 등에 대한 고정된 기대나 선입견 때문에 올바른 판단을 제한하는 사고의 오류를 ‘마인드버그’라고 말한다.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고들 말하지만, 실제 일터에서는 금남금녀의 벽과 임금 차별, 성차별로 가득 차 있다. 실제 <투데이신문>이 현장에서 만난 보육교사, 간호사, CEO, 메이크업 아티스트, 대리운전 기사, 플로리스트, 자동차 정비사, 소방관 등은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과 편향적인 관점을 지적했다. 

이에 연재 기획 [남녀편견지사]를 통해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직업을 택한 이들의 목소리에 주목하고, 더 나아가 성평등이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게 뿌리내릴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관련 전문가들의 제언을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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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영 대표가 오프라인 행사장에서 담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베스트핀]

【투데이신문 박효령·왕보경 기자】 보통 ‘CEO(Chief Executive Officer)’를 떠올리면, 우리는 정장을 차려입은 프로페셔널한 사업가의 모습부터 연상하게 된다. 혹은 편한 청바지에 스니커즈를 신은 채 회의를 하고 있는 소탈한 모습의 스타트업, 벤처 기업 CEO가 생각날 수도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 모습을 ‘남성’으로 상상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도 그럴 것이 여러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유명 기업인이 남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마다 발표되는 존경받는 CEO나 영향력 있는 경영인 순위에 오르는 CEO 역시 대부분 남성이다.

그렇다고 여성 CEO의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때로는 섬세하게 때로는 냉철하게 대표로서 존재감을 키우고 한 발자국씩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실제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여성  기업 수는 지난 2019년 대비 6.4% 증가한 295만개(전체 730만개의 40.5%)다. 여성 기업은 그 수에 이어 성장세도 나날이 올라가고 있다. 지난해 기준 여성 기업은 전년 대비 수익성(순이익률 4.7→5.1%), 안정성(부채비율 165.1→135.2%), 활동성(자기자본 회전율 2.1→2.2배)이 상승했다. 

이처럼 여성 기업은 한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다. 그러나 〈투데이신문〉 취재 결과 여전히 여성 기업과 여성 CEO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이 아닌 개인의 능력과 역량으로 인정받는 사회로 가는 길은 아직도 멀어 보인다.

‘외모’ 아닌 ‘능력’으로 인정받기까지

주은영(52)씨도 성별보다 개인의 능력과 역량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주씨는 지난 18년간 한국씨티은행·홍콩상하이은행(HSBC)·옛 한미은행에서 대출 세일즈 업무에 활약해 온 전문가다. 지난 2006년부터 KB국민은행 대출모집법인 ‘베스트엘씨’를 운영해 오다가 지난 2021년부터 온라인 주택담보대출 전문 비교 서비스 ‘담비’를 설립하면서 베스트핀 대표도 겸임하고 있다.

18년 경력의 베테랑인 데다가 두 회사를 운영하는 ‘커리어 우먼’이지만, 그 또한 사회 속 여성 CEO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으로 인해 몸살을 앓은 적이 있었다.

주씨는 대표직을 맡은 이 회사 대표나 사업 파트너 등 새로운 사람을 마주할 기회가 많이 생겼다. 기대되는 마음으로 모임에 참석한 그는 매번 사뭇 다른 반응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단순히 성별로 그를 판단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남성들 사이에서는 외모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다. 상대가 자신의 기준에 외모가 괜찮다고 여기면 격식을 차려 이야기하거나, 때로는 편해 보인다고 생각하면 쉽게 말을 걸어오는 등 주씨는 그들의 이기적인 평가 앞에 수없이 놓였다. 그 외에도 부담스러운 농담과 성차별적인 발언, 합의하지 않았는데도 불쑥 치고 들어오는 반말은 심기를 건드리기 충분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마음을 다잡았다. 자신이 흔들리면 스스로도, 회사도 모두 저평가될 것이라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성별과 외모를 넘어 소통으로, 결과로 모든 능력을 보여줄 자신도 있었다.

그는 이러한 다짐을 곱씹으며 흔들리지 않고 상대방에게 더 당당하게 스스로와 자신의 회사를 담대하게 끌어갔다. 가끔 선을 넘는 상대가 있다면 철저하게 업무적인 대화만을 이어가며 관계의 선을 명확히 그었다. 성별을 떠나 같은 대표임을 정확히 보여주는 과정이었다. 

이 덕에 주씨는 더 이상 ‘여성’이 아닌 한 회사의 수장으로 당당히 인정받게 됐다. 더 나아가 누군가에게 일방적인 평가의 대상도 되지 않았다. 동등한 선상에서 놓인 아주 당연한 관계로서만 남게 된 것이다.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베스트핀(담비) 주은영 대표. ⓒ투데이신문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베스트핀(담비) 주은영 대표. ⓒ투데이신문

훌륭한 ‘대표’와 ‘엄마’, 그 모두가 되기 위해

주씨는 대학생과 중3인 두 아이의 엄마로도 살아가고 있다. 한참 회사를 키우고 바쁠 시기에 마주한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는 그를 일과 가정 사이의 딜레마에 빠지게 하기 충분했다. 한참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일은 놓칠 수 없는 커리어이자 오랜 시간 투자해 온 꿈이었고, 가족도 마찬가지로 절대 놓을 수 없는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그리 쉽지 않았다. 어떻게든 방법을 마련해 일과 가정을 지키려 했지만, 그럴 때마다 “아이는 엄마 손을 타야 한다”, “아이가 어렸을 때 엄마가 스킨십을 많이 해줘야 정서상 좋다” 등 참견과 편견이 주씨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더욱이 당시에는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제도가 미흡해 육아휴직자를 받쳐줄 법적, 제도적 울타리도 없었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엄마와 대표 두 역할 모두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스스로의 믿음도 컸다. 이에 수많은 편견과 힘겨운 현실을 감내해내기로 했다. 남들보다 덜 자고, 덜 쉬면서 일과 가정 모두 지키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했다. 이따금씩 두 자녀의 모습이 떠오를 때면 ‘아이들이 커서 엄마를 롤모델로 삼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수없이 반복했다. 그 노력을 보상이라도 해주듯 지금까지 주씨는 사회에서의 입지도, 가정도 튼튼히 지켜냈다. 

그래도 마음 한편에는 자녀들에 대한 미안함이 깊게 자리 잡았다. 두 아이에게 엄마로서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했다는 죄책감, 혹여 가족에 대한 추억이 부족할까라는 우려가 불쑥불쑥 튀어나오곤 했다. 그 때문에 아이들과 더 많이 소통하려 하는 것은 물론,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기회를 주면서 응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마음은 회사 운영 방침에도 영향을 미쳤다. 자신도 겪어봤기에 그는 여직원들의 마음에 깊이 공감했다. 무엇보다도 일과 가정 모두를 지켜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컸다. 여직원들에게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제도를 적극 독려하는 것은 물론 이를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회사 분위기를 조성해 주고 있다. 

<투데이신문>이 일반 시민, 여성 기업 재직자,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여성 CEO에 대한 인식 실태에 대해 취재한 결과를 담은 주요 키워드표.

 독하다는 편견 속에 선 여성 대표들

이처럼 그는 일과 가정의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서 잠자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쉼 없이 달려왔다. 실제 우리 사회는 주씨 같은 여성 대표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투데이신문〉은 여성 CEO에 대한 인식을 파악해 보기 위해 여성 대표와 여성 대표를 둔 직장인, 취업준비생 등 34명을 대상으로 취재를 진행했다.

여성 CEO에 대해 평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취재원 중 79.4%(27명)가 긍정적인 의사를 드러냈다. 그 이유로 응답자들은 ‘꼼꼼할 것 같다’, ‘흔치 않고 생소해서 더 멋있게 느껴진다’, ‘융화를 중시할 것 같다’고 답했다.

반면 나머지 20.5%(7명)은 여성 CEO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독하다’, ‘기가 셀 것 같다’ 등의 반응과 함께 ‘집안 살림하듯이 사업을 한다’고 편견 섞인 반응을 보이거나 ‘삶에서 많은 것을 포기했을 것 같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여성 CEO에 대해 강한 부정을 드러내는 취재원도 있었다. 여성 CEO와 함께 일한 소감에 대해서는 대부분 ‘소통이 수월했다’, ‘꼼꼼해서 근무하기 좋았다’와 같은 긍정적인 반응을 드러냈지만, 일부는 ‘예민해서 기분을 맞춰주기 힘들었다’며 거부감을 표했다.

취업준비생 및 직장인을 대상으로 여성 CEO와 함께 근무할 경우 어떨 것 같은지 묻자 73.5%(25명)는 ‘성차별로 인한 불이익이 덜할 것 같다’, ‘롤모델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등의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반면 “비위 맞추기 쉽지 않아 꺼려질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로 여성 CEO와의 근무 경험이 있다고 말한 응답자는 “여성 대표가 굉장히 감정적이어서 업무를 할 때 힘들었다”며 “표정에서 모든 감정이 드러나 이로 인해 온 직원이 눈치를 본 적이 많았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남성에 비해 공사를 구분 못하는 점도 있었다”고 말했다.

취재원 대부분은 여성 CEO에 대해 섬세하고 소통이 원활한 점을 높게 사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일부는 개인 성향 등을 언급하며 근무할 때 불편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고, 더 나아가 ‘집안 살림하듯 경영한다’, ‘독하다’ 등의 표현으로 여성 CEO를 설명했다.

해당 취재로 여성 CEO는 능력이나 성과가 아닌 성격으로, 가사와 양육의 책임자로 평가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차별에 이어 일·가정 부담도 짊어지다

이 같은 편견은 실제 현장에서도 작용하고 있다. 여성 CEO들은 아직까지도 성별에 따른 거대한 장벽이 존재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들 성별이 여자라는 이유로 다른 기업과 거래할 때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는 데다 일과 가정 책임에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기부가 한국표준사업분류상 여성이 대표자인 24만597개 기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2023 여성 기업 실태조사(2022년도 기준)’ 결과에 따르면 여성 CEO는 “남성 CEO와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차별적인 대우를 느낀 상황으로는 ‘다른 기업과 거래할 때’가 45.1%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금융기관에 대출을 신청할 때’(22.6%), ‘경제인 단체에서 정보를 얻을 때’(9.6%) 등으로 조사됐다.

특히 여성 CEO들이 가장 많이 애로사항으로 지목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일·가정 양립 부담’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남성기업인과 비교해 여성 CEO는 가장 불리한 분야로 ‘일·가정 양립 부담’(39.6%)을 지목했다. 뒤이어 ‘소극적이고 위험을 회피하는 성향의 경영으로 인한 사업 기회 상실 우려’(28.4%), ‘남성 위주의 네트워크 운영으로 인한 여성의 참여 제한’(26.6%) 등을 꼽았다. 

‘일·가정 양립 부담’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전년 대비 ‘불리함을 느꼈다’는 응답 비율이 증가하는 등 여성 기업인의 불리함에 대한 체감률이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 여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22 여성 기업 애로실태조사’에서도 일과 생활의 균형이 보통 이상으로 어렵다고 답한 여성 기업인은 80.5%로 조사됐다. 이들은 그 이유로 ‘체력적 문제(48.4%)를 가장 많이 지목했다.

최근 여성 근로자의 임신·육아·출산 관련한 지원책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여성 CEO는 사회보장제도 틀 밖에 있는 상황이다. 여성 CEO는 분명 ‘근로’를 하고 있음에도 ‘근로자’에 속하지 않는 사각지대 속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여성기업 대부분은 기업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으로 대표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 같은 상황에서 기업과 가정을 모두 책임져야 하는 여성 CEO들은 마음 편히 회사를 비울 수 없다. 본보가 취재한 업계 관계자들은 여성 CEO들이 임신을 나중으로 미루거나 출산 후 몸이 온전히 회복되기도 전에 무리해서 복귀하는 등의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증언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이승현 연구위원은 “한국은 가족돌봄이 여성의 일로 인식돼 있고, 그 인식이 아직도 고정돼 있다”며 “사회에서 30~40대는 경력을 쌓고 다지면서 실무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이끄는 시기인데 이 시기가 임신·출산·양육 과정과 맞물리다 보니 여성의 사회 진출과 안착 과정이 남성보다 더욱 힘들고 어렵다”고 분석했다. 

‘대출성 상품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 협회’ 첫 이사회에서 주은영(오른쪽에서 세 번째) 협회장을 비롯한 임원진드리 기념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베스트핀]
‘대출성 상품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 협회’ 첫 이사회에서 주은영(오른쪽에서 세 번째) 협회장을 비롯한 임원진드리 기념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베스트핀]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여성 기업’

이렇듯 여성 CEO에 대한 이유 없는 오해와 편견이 잔존하고 있지만, 이들의 섬세함과 꼼꼼함은 장점으로 작용해 업무상 뛰어난 성과를 낼 수도 있고, 특유의 포용력과 친화력은 직원 모두를 아우를 수 있다. 

‘2023 여성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 남성기업인과 비교할 때 여성 기업인으로서 유리한 점에 대해서 여성 CEO들은 ‘여성 특유의 섬세한 리더십 발휘’(51.7%)을 가장 꼽았으며, 뒤이어 ‘여성 기업인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45.9%), ‘계획적이고 세밀한 회사 경영’(43.8%) 등 순으로 택했다. 

또한 여성 기업은 가사나 집안일이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깨고 많은 여성들을 사회로 이끌어내고 있는 것은 물론 많은 여성 인재들을 발굴, 양성해 경제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더불어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2030세대 여성 창업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이제는 여성 기업이 경제 성장의 한 축을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창업기업동향 통계에 따르면 기술기반 여성 창업 기업 수는 지난 2016년 6만8882곳에서 2019년 8만7567곳, 지난 2022년 9만5413곳으로 점차 늘고 있다.

특히 여성 기업은 남성 기업의 2.3배 수준의 높은 여성 인력 고용률을 보이며 여성 일자리 창출은 물론 여성 경제 활동을 촉진하고 있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경력단절 등으로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여성 기업은 여성 경제활동 활성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이승현 연구위원은 “여성 기업인과 그 기업은 짧은 시간에 전체 기업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며 “남성 기업보다 다소 규모는 작을 수 있어도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다루는 사업장이 많고 유지율, 자기 자본 비율이 높아서 다소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여성 기업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 운영되고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적절하게 지원을 해줘야 하며, 여성 CEO들이 좌절하지 않게 탄탄한 기반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일명 ‘유리천장’이라고 불리는 사회진출의 장벽을 여성들이 깨면서 성평등 시대로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여성이 대표로 있는 여성 기업에 재직 중인 근로자들은 여성의 채용과 승진에 있어서 성별에 따른 차별이나 편견을 덜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나 한국은 지난 2013년 이후 ‘유리천장지수(glass-ceiling index)’가 12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9개국 중 꼴찌로 집계되는 등 불평등이 아직 남아있다고 평가되고 있는데, 이 같은 상황에서 여성기업은 성별이 아닌 개개인의 업무 능력, 성향으로 평가하면서 평등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관계자는 “남성 기업인 대비 여성기업인의 강점은 섬세함, 책임감, 조직 친화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을 꼽을 수 있다”며 “특히 출산, 양육 등을 직접 경험해 본 여성 CEO들이 많고, 여성 대표끼리 이와 관련해 소통도 많아 육아기 단축 근로, 부부 육아휴직 등에 대한 이해도가 확실히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 근로자 고용과 인사 등에 있어서 성별에 대한 편견 자체가 없는 경우도 많다”며 “다양성을 더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여성 기업인과 그 기업은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국가들은 이미 여성 CEO와 여성 기업을 국가의 성장동력, 고용창출의 기여자로 보고 정책적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신산업 분야 여성 창업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유럽의 경우, 여성 기업인을 포함한 자영업자 여성의 차별적 대우 시정을 위해 2010년 ‘자영업 활동에 종사하는 남녀의 평등에 관한 지침’을 제정했다. 이외에도 여성 기업인의 일·생활 균형을 지원하기 위해 출산휴가, 출산수당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수행 중이다.

영국은 2010년에 제정한 ‘평등법 제2장’을 통해 임신과 출산에 대한 보호 규정을 만들었으며 2014년에는 자영업자의 배우자나 동반자에게도 출산수당을 지급하도록 하는 ‘사회보장법’을 제정했다.

프랑스도 자영업자가 사회보장제도의 보호를 받고 보험을 적용받는 경우 출산휴가를 사용 가능하도록 했다. 더 나아가 농업인의 경우 출산으로 인해 농업에 종사할 수 없는 기간 동안 대체인력 고용 비용을 충당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2014년부터 경제부와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가 여성창업기업과 여성기업인을 지원하기 위해 여성 롤모델 제시, 홍보, 연구, 자문, 코칭, 재취업, 이주 소액대출, 일과 가정의 조화, 탁아시설, 가족지원 서비스 등을 포함한 프로그램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스페인에서는 기업인이 출산·입양·임시보호·육아·임신 등의 휴가 기간 동안 실업자로 대체인력이 채워진 경우, 매월 사회보장기여금을 100% 감면해 주는 데 이어 대체인력의 사회보장기여금도 100% 감면해 주고 있다. 이에 더해 여성 기업인 가족구성원이 상시로 사업장에 함께 근무할 경우 18개월간 사회보장기여금을 50% 감면하는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베스트핀(담비) 주은영 대표. ⓒ투데이신문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베스트핀(담비) 주은영 대표. ⓒ투데이신문

그러나 아직 대한민국 사회에는 성별에 따라 구분되는 전통적인 직업관, 양육 주체를 여성으로 한정하는 고정관념 등이 내재돼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아직까지도 여성 CEO만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은 미흡하다. 임신, 출산, 육아 관련한 지원책도 여성 근로자를 중심이며 여성 CEO가 아닌 여성 기업으로 묶어 정부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에도 이들은 묵묵히 인내하면서 일과 가정을 동시에 챙기느라 ‘바쁜’ 엄마들이 많다. 고된 환경 속에서도 국내 여성 CEO들은 일선 현장에서 편견에 맞서 싸우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성이라 ‘일을 잘하지 못한다’, ‘도전적이지 못하다’는 식의 이야기를 듣지 않기 위해 열성을 다해 회사를 운영하고 남성 CEO들에게 견줘도 부족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주씨도 그렇다. 모든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무언가를 맡기면 똑부러지게 해내려고 노력했다. 그러자 하나둘씩 성과를 나왔고, 그는 지난해 11월 출범한 ‘대출성 상품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 협회’에 초대 협회장직까지 맡게 됐다. 협회에 소속된 대출모집법인은 약 30곳인데, 이 중 주씨를 제외하면 모두 남성이 대표다. 

현재의 위치에 오기까지 여성 CEO들은 수없는 장애물에 부딪혔다. 취업, 승진, 결혼, 임신, 출산, 육아부터 회사 경영까지 그 과정에서 수많은 고비와 편견 등을 마주했다. 하지만 그들은 성별을 뛰어넘어 오롯이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차근차근 보이지 않는 장벽을 뛰어넘었다. 18년 동안 갈고닦아 한 회사의 수장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고 있는 주씨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들은 여성 CEO에 대해 ‘얼마나 독하길래 대표라는 위치까지 왔냐’라는 생각을 당연스럽게 하곤 해요. 사실 성별을 떠나 열심히 해서 대표 자리를 맡게 되는 게 맞잖아요. 저를 독립된 개체가 아니라 ‘여성’ CEO에만 주목하고 있어요. 이런 시각에서 벗어나는 사회가 돼야 하지 않을까요?” (CEO 주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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