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주 과정에서 비리를 저지른 건설사의 정비사업 입찰을 오는 7월 31일부터 제한하는 가운데 정비 조합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과거 건설사가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해 처벌을 받은 시점 규정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아서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오는 7월 31일부터 이같은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도정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법안을 살펴보면 과거 시공자가 금품·향응 등을 제공하거나 시공과 연관이 없는 제안을 하는 행위를 한 경우 2년간 정비사업 입찰을 제한한다.
지금까지는 건설사들이 정비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이같은 비리 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최대 2년 동안 정비사업 입찰을 제한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이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 따라 비리 행위 건설사의 정비 입찰 제한을 의무화하는 ‘강행 규정’으로 바뀐다.
다만 국토부는 1회에 한해 입찰 참가 제한을 과징금으로 대체하는 것을 허용한다. 이 경우 위반행위에 따라 공사비의 5~2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도록 했다. 이는 현행 시공자 선정취소 대체 과징금 부과기준과 동일한 수준이다.
위반가액 기준으로 ▲3000만원 이상이면 공사비 20% 이내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미만이면 공사비 15% 이내 ▲500만원 이상 1000만원 미만이면 공사비 10 이내 ▲500만원 미만이면 공사비 5% 이내로 과징금을 설정했다.
현재 정비사업 입찰을 준비 중인 조합들은 이 도정법개정안때문에 골치가 아픈 상황이다. 시공사 선정 입찰을 7월 31일 이후에 진행할 때는 수주 비리 건설사 입찰을 제한해야 하는데 수주 비리를 저질러 처벌을 받은 시점 규정이 하위 법령에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한 조합 관계자 A씨는 “조합 내부적으로 과거에 수주 비리를 저지른 건설사들의 입찰을 막아야 하는데 도대체 과거 어느 시점까지 비리를 저지른 건설사를 제한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며 “국토부와 서울시에 관련 문의를 했는데 아직도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비업계에서도 해당 도정법 개정안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시장이 혼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에서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조합들이 이 도정법 개정안을 수용하면서도 건설사 수주 비리 행위 적용 시점을 2년, 5년, 10년 등 제각각으로 설정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비업계 전문가는 “당장 이달 말부터 수주 비리를 저지른 건설사는 최대 2년간 정비사업 입찰 금지라는 강력한 도정법 개정안을 시행하는데 빨리 하위 법령인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통해 건설사가 수주 비리 처벌을 받은 시점을 지정해야 한다”며 “시공사 선정 입찰을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고 있는 조합과 건설사 모두의 혼란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도 과거 금품‧향응 행위로 인한 입찰 제한 적용 시점이 어떻게 정해질지 몰라서 숨을 죽이고 있다”면서도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비리 행위가 있었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하기 때문에 현재 수주 비리 혐의로 소송 중인 건설사들은 입찰 제한 대상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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