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차액결제거래(CFD)를 해외 주식 거래에 이용하는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CFD는 지난해 4월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신규 거래가 중단됐다가 작년 9월부터 거래를 재개했다. CFD가 국내 주식뿐 아니라 해외 주식에 대한 절세 수단으로도 활용도가 높아 투자자 수요도 다시 증가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CFD 해외 매수포지션 잔고는 2421억원으로 작년 9월 거래 재개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거래 재개 당시 1633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0%가량 증가한 수치다. 그간 1300억~1800억원대를 유지하던 CFD 해외 매수포지션 잔고는 지난달 11일부터 2000억원대를 넘어섰다.
CFD는 주식 등 실제 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기초자산의 진입가격과 청산가격 간 차액만 현금으로 결제하는 장외파생상품이다. 40%가량의 증거금으로 2.5배만큼 주식을 주문한 뒤 나중에 차액만 정산하는 방식이다. CFD는 작년 4월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를 일으킨 주가조작 세력이 CFD를 활용한 사실이 드러나며 그해 6월 신규 거래가 중단됐다. 금융당국은 제도를 보완한 뒤 작년 9월부터 거래를 재개했다.
매수뿐 아니라 CFD 해외 매도포지션 잔고도 재개 당시 30억원대에서 지난달 말 110억원대까지 3배 넘게 증가했다. 이달 10일 기준 해외 매도포지션 잔고는 90억2200만원이다. CFD는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매도포지션도 취할 수 있어 공매도(空賣渡·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남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되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와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다. 현재 국내는 내년 3월 말까지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로 매도포지션 청산만 가능하지만, 해외 거래는 가능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미국 증시가 국내 증시보다 크게 오르면서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가 많아졌고, 덩달아 CFD를 활용한 경우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국내 투자자가 보유 중인 해외 주식은 1042억6933만달러(약 143조5893억원)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 중 미국 주식이 951억428만달러(약 130조9681억원)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뭉칫돈을 굴리는 고액 자산가는 CFD의 절세 효과를 노리기도 한다. 국내 주식 투자의 경우 배당수익에 15.4%가 과세되지만, CFD는 배당수익의 경우 파생상품 양도세 11%가 적용된다. 또 이자와 배당 등 금융수익이 2000만원을 넘더라도 종합과세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대주주 양도세 과세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해외주식의 절세 폭은 더 크다. 직접 투자 시 매매차익에 22%의 양도소득세가 발생하는 것과 달리 해외주식 CFD는 절반 수준인 11%만 과세된다. 또 해외주식 투자에 대한 과세 기준이 원화라는 점에서 직접 투자를 할 때는 매매차익과 환차익 모두 과세 대상이 되지만, CFD는 매매차익에만 과세가 이뤄진다.
7월 들어서는 해외 CFD를 포함해 전체 CFD 잔고가 회복세다. 지난 10일 기준 증거금을 포함한 CFD 명목 잔액은 1조2273억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5월 29일엔 1조169억원으로 재개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다시 거래 수요가 살아나면서 7월 들어서는 1일 하루를 제외하고 모든 거래일의 잔액이 1조2000억원을 넘겼다. 재개 시점 CFD 잔액(1조2725억원) 수준까지 회복한 것이다.
CFD 잔고 상위 종목 10개 중 6개가 지난해 거래 재개 이후 잔고가 늘었다. 삼성전자 CFD 잔고는 421억원 급증했다. 알테오젠도 재개 이후 CFD 잔액이 286억원 증가했다. 보로노이(224억6054만원), 펩트론(179억369만원), 삼양식품(163억4603만원) 등 올해 주가가 많이 오른 다수 종목의 CFD 잔고가 늘었다.
일각에서는 내년 3월 말 이후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가 풀리면 국내 CFD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내년 4월 공매도 재개 이후 매도포지션을 활용한 CFD 거래가 더 활발해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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