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선순위 관계 복잡한 단독·다가구 주택은 이제 중개 안 하렵니다. 19가구짜리 다가구 빌라에 전세 주택 매물이 1가구 나왔다고 하면, 중개사가 나머지 18개 주택 전세 계약서랑 확정일자, 선순위 관계, 보증금 총액 자료 다 확인해서 세입자한테 알려줘야 하는데, 집주인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이걸 전달할 방법이 없어요. 빌라 하나 계약하는데 중개료도 20만~30만원정도인데, 과도한 위험부담만 지게 되는거죠. 모든 집주인·공인중개사가 전세사기범이 아닌데, 전세사기범 하나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에요.”
“주택 현장 안내할 때 중개 보조원이 일손을 돕는 경우 공인중개사인지, 보조원인지 여부를 세입자에게 알리라고 하는데, 그냥 말만 하면 되나요? 어떻게 알려야 한다는 법은 없이 알리라고만 법이 바뀌었네요.”
지난 10일부터 국토교통부가 부동산 거래시 공인중개사의 설명 의무를 강화한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한 가운데, 업계에선 제도 변경이 전세사기 예방에 실효성이 없고, 중개사의 위험 부담만 높였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물로, 중개업자가 전세사기극을 주도할 경우, 무용지물이다.
■ “집주인이 자료를 안줍니다” 말하면 공인중개사 설명의무 ‘끝’
바뀐 법에 따르면 공인중개사는 앞으로 전월세 계약을 체결할 때 세입자에게 해당 주택의 선순위 권리관계, 집주인의 미납 세금, 확정일자 현황 정보 등을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또 일반 관리비, 전기료, 수도료, 가스 사용료, 난방비, 인터넷 사용료, TV사용료 등이 다 포함된 관리비 총액과 세부내역을 투명하게 설명해야 하며 주택을 안내한 사람이 중개인인지 보조인인지 여부도 명확하게 구분하도록 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임대인 체납 여부와 확정일자 부여 현황 정보 제출을 거부하면, 중개사가 직접 열람할 권리가 없어 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세사기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이 같은 제도를 도입했지만, 일단 세입자들이 계약을 진행한 뒤 그 계약서를 가지고 각종 미납세금 정보 등을 열람하도록 되어 있다”며 “또 집주인이 거부하면 공인중개사조차도 열람 권한이 없어 알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했다.
공인중개사가 각종 정보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 이를 세입자에게 직접 확인하라고 설명 및 방법을 알려주면 설명 의무가 완료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서울 강북구의 A공인중개사는 “개정된 법에 따르면 임대인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지 않고, 미납 세금 열람 동의도 거부하는 경우 세입자에게 ‘임대인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으니 직접 확인하라’고만 전달하면 설명 의무가 끝난다”며 “관리비 등을 미리 알려주는 것도 임대차 계약 이후 집주인이 관리비를 인상하면 세입자가 딱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는 “결국 공인중개사의 책임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세입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 “단독·다가구 중개, 더 이상 안한다”…빌라 세놓기 더 힘들어질 듯
권리관계가 복잡한 단독·다가구 주택의 경우 중개를 꺼리는 중개사도 늘고 있다. 다세대·연립 빌라와 달리 단독·다가구 주택은 집주인 한 명이 여러 세입자를 두고 계약을 맺는다. 이 경우 건물의 시세와 전체 세입자의 보증금 총액, 선순위 관계, 확정일자 등을 알면 전세사기를 예방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서울 송파구의 B공인중개사는 “사기 의도를 가진 집주인이 이 같은 정보를 제공할 리가 없다”며 “안그래도 빌라 전월세 기피하면서 거래가 줄고 있는데, 권리관계가 복잡한 물건은 중개사들이 아예 손도 안 대려고 해서 단독·다가구 집주인들이 세를 놓기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집주인에게도 자료 제공의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임대인과 임차인간 정보 비대칭에서 전세사기가 발생하는데, 중개사의 설명의무 강화 제도가 이를 충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인중개사가 의뢰받은 물건에 한해서는 집주인의 세금 체납 여부, 확정일자 부여 현황 등을 조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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