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 단지 공공 인수 등으로 불안감 해소해야”
공공택지에서 민간 사전청약을 접수한 단지의 사업 포기가 잇따르고 있다.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요자들의 공급불안을 증폭시켜 ‘패닉바잉’을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습방안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1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사전 청약을 받고 사업을 취소한 단지는 5곳 1739가구다. 이중 사전청약 가구 수는 1510가구다.
올해 1월 우미건설 계열사인 심우건설이 인천 가정지구 B블록 사업을 취소했고 경남 밀양 부북지구 제일풍경채 S-1 블록도 사업이 취소됐다. 사전청약 규모는 각각 278가구, 320가구다.
지난달에는 DS네트웍스가 파주 운정3지구 주상복합용지 3·4블록에 공급예정이던 사업을 취소했다. 리젠시빌주택도 화성 동탄2 주상복합요지 C-28 블록의 사업을 접기로 했다.
공사비 급등으로 시공사를 구하지 못하는 등 현실적으로 사업 진행이 어렵다는 게 이유다.
사전청약이 취소되면서 당첨자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민간 사전청약은 공공분양과 달리 청약통장을 사용 것으로 간주한다. 이에 다른 사전청약이나 본청약을 신청할 수 없다.
민간 사전청약이 취소되면 청약통장이 부활하는 데 이게 전부다. 만약 사전청약 당첨 후 소득 수준이 높아졌거나 신혼부부 특별공급 기간이 지났다면 다른 단지에 청약했을 때 받을 수 있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치솟은 공사비가 건설·부동산 시장 전반에 적용되는 문제란 점에서 사전청약 취소 사례는 앞으로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
현재 사전청약을 접수하고 아직 본청약을 하지 않은 민간 사전청약 단지는 24개, 1만2827가구다. 이 단지들은 인천 검단신도시와 인천영종국제도시, 경기도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오산세교2지구, 수원 당수지구 등에 위치했다.
문제는 사전청약 취소로 피해를 본 당첨자들을 직접 구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한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본청약이나 다른 단지 청약 시에 가점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는 있지만, 청약은 당첨보다 실패 확률이 더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지나친 혜택이라 다른 청약자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사실상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에 구제 대안이 없으며 취소에 따른 책임에 초점을 두고 사전청약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내 집 마련 수요자의 불안을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민간 사전청약 취소가 불안을 증폭해 패닉바잉을 부추기는 면이 있는데 불안감이 더 확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가 공언한 공급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는 사례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동시에 정책 당국자들이 끊임없이 공급 안정화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관점에서 가격 안정화에 대한 의지 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정부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집값이 치솟는 것을 마냥 두고만 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야 수요자들의 불안감이 잦아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요자들이 충분히 믿고 기다릴 수 있도록 3기 신도시 등 정부가 기존에 내놓은 공급 대책의 구체적 시간표를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사업이 취소된 민간 사전청약단지 중 한두 곳만이라도 공공이 인수해 공사를 진행하는 것도 불안감을 잠재우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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