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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투자때 지원금, 美 3조 – 韓 12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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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유럽연합(EU)에서 각각 1조 원을 투자해 배터리 생산공장을 지을 때 기업이 받을 수 있는 보조금 및 세액공제 규모가 미국에서는 5년간 3조 원이 넘는 반면, 한국은 약 1200억 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들이 미래 산업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낙점하고 생산기지 구축을 위해 인센티브를 쏟아붓고 있는데 글로벌(중국 제외) 점유율 1위인 한국의 지원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해외 공장 건설로 이어져 국내에서 생산한 배터리 물량은 글로벌 생산량의 1%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동아일보는 대한상공회의소,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와 함께 한국, 미국, EU의 투자지원 정책을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설비투자에 대한 보조금과 생산분에 대한 세액공제를 합쳐 1년간 총 7150억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5년간 생산을 유지하면 지원액은 총 3조550억 원으로 불어난다. 반면 한국의 자금 지원은 보조금 200억 원에 세액공제 1042억 원 등 총 1242억 원에 그쳤다. EU는 4000억 원 세액공제를 해준다.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는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해 배터리 공장 건설 및 생산에 천문학적인 지원을 해준다”며 “한국도 배터리 생태계를 키우려면 소위 ‘한국판 IRA’를 만들어 기업 투자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美, 배터리기업 적자땐 현금 환급… 韓은 세액공제 이월뿐
‘세계 점유율 22%’ 韓배터리 3사, 국내 생산은 1%뿐… 지원 적은 영향도
“향후 2, 3년 투자 글로벌 생태계 좌우”… ‘한국판 IRA’ 국회 논의 시작도 못해

한국 배터리 3사는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배터리 생산량에서 20% 이상을 점유하고 있지만 한국 내 생산량은 1%에 불과하다. 국내 전기차 소비 시장이 작은 이유도 있지만 투자에 대한 지원 규모가 미국, 유럽연합(EU)에 크게 못 미친다는 약점이 기업의 투자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결과다. 특히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대규모 세액공제를 지원하고 적자가 나는 기업에는 세액공제분만큼 현금으로 환급해주는 방식으로 신규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와 학계는 한국을 ‘마더 팩토리’(핵심 생산기지) 중심지로 키우고 가치사슬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해 세액공제 비율을 현재의 15%보다 높이고, 적자 기업도 지원하는 ‘현금환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산업은 태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앞으로 2∼3년의 제조설비 투자가 글로벌 배터리 생태계 지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판 IRA’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5년간 韓 1242억, 美 3조, EU 4000억

11일 동아일보가 대한상공회의소,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와 한국, 미국, EU의 배터리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 지원책을 분석한 결과, 1조 원을 투자해 5년간 생산을 유지하는 경우 한국에서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은 1242억 원으로 미국(3조550억 원)의 4%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각국에 1년에 전기차 15만 대분에 탑재할 수 있는 1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는 가정하에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배터리 공장 신규 투자분에 대해 인프라투자법(IIJA)에 따라 최소 1억 달러(약 1300억 원)가 직접 보조금으로 지급된다. 여기에 IRA에 따라 매년 생산분에 대해서도 세액공제를 해준다. kWh(킬로와트시)당 45달러로, 10GWh면 연간 4억5000만 달러(약 5850억 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기업이 적자를 본 경우엔 세액공제분을 현금으로 환급해주는 방식으로 초기 투자 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준다.

한국은 지원금이 적을뿐더러 지원도 일회성에 그치고 적자 기업은 혜택을 볼 수 없다. 투자금에 대한 세액공제 비율은 15%로 미국(30%), 유럽(40%)보다 낮다. 미국과 달리 전체 투자금에서 토지, 건물 비용은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기업이 이익이 나서 법인세를 내는 경우에만 세금을 깎아주는 식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SK온이나 소재 업체인 엘앤에프, 금양처럼 적자를 보고 있는 기업들은 국내에 공장을 신규 투자하더라도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다만 공제분을 이연시켜 추후 이익이 날 때 그만큼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적자 기업들은 지방에 설비를 투자할 경우 지방 투자에 따른 보조금 200억 원만 받을 수 있다.

유럽도 일회성 지원이긴 하지만 한국보다 세액공제율이 높다. 적자 기업의 경우 세액공제 대신 직접보조금을 택하는 방식으로 투자액의 35%를 돌려받을 수 있다.

● 국내 생산량 1% 벽 넘으려면 한국판 IRA 필요


미국과 유럽은 중국 다음으로 큰 전기차 시장이다. 완성차 공급망도 촘촘히 구축돼있기 때문에 투자를 했을 때 사업적 시너지가 크다. 단점은 인건비와 원재료 조달비 등 각종 운영 비용이 비싸다는 것이다. 배터리 업계는 미국과 유럽의 보조금 및 세액공제 규모는 모든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라고 말한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국가별 배터리 생산량 순위에서 한국 내 생산량은 2022년 기준 7위로 전체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7년이 되면 아예 1% 미만이 돼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전망됐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5월 기준 중국 시장 포함 전 세계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차지하는 생산 점유율은 22.3%다. 한국이 보유한 제조 경쟁력에 비해 국내 생산 기반이 지나치게 작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국내 배터리 업계에 대한 지원책 마련은 매우 더디다. 현재 국회에 반도체, 배터리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투자세액 규모를 기존 15%에서 25%로 올리고 손실이 나는 기업도 현금으로 환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른바 한국판 IRA다. 21대 국회가 종료돼 자동 폐기되며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 등이 재발의했지만 정쟁으로 논의가 시작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김우철 교수는 “미국이 친환경 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배터리를 지원했듯 재정적인 현실을 고려해 모든 국가전략산업이 아닌 일부 산업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적자 기업에 대한 현금 지원을 적극 고려하되, 불가능하다면 세액공제분을 일종의 재산권처럼 만들어 시장에서 현금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됐다. 김경호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은 지난해 한국판 IRA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세액공제 환급이 불가능한 경우 양도를 가능하게 하는 등 절차적 보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한국을 글로벌 배터리 업계의 마더 팩토리로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한국 배터리 3사의 핵심 기지는 결국 국내이고 여기서 고도화한 공정, 기술력으로 해외에 나가 싸우는 것”이라며 “한국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가져가기 위한 국내 시설 및 연구개발(R&D) 투자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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