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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이전 정책 방향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지자체가 유치를 주장하며 불필요한 소모전만 반복되고 있습니다. 조속히 성북구 존치를 포함한 모든 대안을 출발점에 놓고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정책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이승로(사진) 서울 성북구청장은 1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석관캠퍼스 이전 문제로 지자체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며 문화체육관광부에 빠른 결정을 촉구했다.
문체부 산하 4년제 국립 특수대학으로 1990년 개관한 한예종은 석관동(성북구)·서초동(서초구)·와룡동(종로구)의 3개 캠퍼스로 나뉜다. 문화재청 소유인 의릉(조선 경종과 계비 선의왕후의 능) 부지와 건물 일부를 위임 받아 쓰고 있는 한예종은 의릉이 2009년 6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자 2025년까지 캠퍼스를 옮기기로 했다. 2020년 문체부 연구용역으로 이전 동력이 붙는 듯 했으나 문체부 요청으로 문화재청이 한예종 부지 위임기간을 연장하면서 현재는 구체적인 논의가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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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문체부가 기약없이 시간을 끄는 사이 유치 경쟁만 과열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예종이 지난해 9월 기준 대학·대학원생 약 3700명과 교수·교직원 200명을 보유하고 있어 지자체장과 지역구 국회의원·지방의원들마다 학생·일자리 유치를 위해 한예종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서울 송파구, 경기 고양시·과천시가 유치전에 뛰어들었으며 성북구는 이전 비용, 지역 경제 쇠퇴 우려 등을 이유로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
이 구청장은 “2021년 자체 용역을 해봤더니 구유지와 인근 부지로 캠퍼스를 이전하면 사업비가 문체부 용역에서 제시한 비용의 15%(1500억 원)에 불과했다”며 “8000억 원의 국가예산을 절감하는 현실적인 대안을 전달했는데도 문체부는 답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이어 “결정이 미뤄지는 사이 부지매입비와 건축비는 계속 올라간다”며 “지자체 간 유치전으로 혼란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이 됐다”고 지적했다.
성북구는 한예종 인근에 1800제곱미터 크기 문화예술회관 부지를 매입한데 이어 330제곱미터 규모를 추가로 사들일 계획이다. 한예종 존치시 주변에 문화예술 및 주민 소통 공간을 마련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려는 의도에서다. 이 구청장은 “성북구 교육·문화 거점시설인 한예종이 이전하면 도시 쇠퇴 등 심각한 파급효과가 야기되는데도 문체부 용역에는 심도있는 존치 검토가 없었다”며 “문체부에 의릉·한예종·지역사회의 상생을 위한 존치 방안을 다각적인 측면에서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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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위뉴타운 등 재건축 사업이 활발한 성북구에서는 신월곡제1구역 개발도 핵심 현안이다. 성매매집결지였던 이 곳은 2022년 12월 관리처분계획인가 고시를 거쳐 내년 본격적인 공사를 앞두고 있다. 이 구청장은 “6월 기준 이주율이 약 74%이지만 조합이 미이주자를 대상으로 토지보상법에 따른 수용재결 및 강제철거를 위한 명도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11월쯤 이주가 완료될 수 있다”며 “길음역세권 사업과 함께 공사가 마무리되면 서울 동북권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성북구는 관내 8개 대학과 협업해 ‘1000원의 아침밥’, ‘캠퍼스타운’ 사업을 선도하고 있다. 이 구청장은 “서경대·성신여대·동덕여대 교수진과 대학 자원을 활용해 뷰티 취·창업 아카데미를 진행 중”이라며 “고립청년 부모교실을 신설하는 등 청년 지원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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