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올스타전서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건 꿈이 실현되는 것이다.”
이젠 단순히 ‘이정후 대체자’라고 부르면 안 될 것 같다. KBO리그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타자 헨리 라모스의 동생이라는 말도 잠시 접어두자. 엘리엇 라모스(25,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당당히 내셔널리그 올스타에 선정됐다.
물론 팬 투표로 선정되는 베스트라인업에 포함된 건 아니다. 그러나 선수단 및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추천으로 내셔널리그 올스타가 됐다. 샌프란시스코에선 라모스와 함께 에이스 로건 웹이 올스타전에 나간다.
라모스의 올스타 선정에 이정후(26,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정후가 5월12일 신시내티 레즈전서 왼 어깨 관절와순을 다친 뒤, 루이스 마토스가 대체자로 나섰으나 부진하자 ‘두 번째’ 플랜B로 라모스가 나섰다. 그런데 라모스가 그 기회를 꽉 잡았다.
올 시즌 55경기서 215타수 65안타 타율 0.302 13홈런 42타점 27득점 OPS 0.907로 맹활약 중이다. 이정후가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다. 올해 샌프란시스코 주축 야수들이 일제히 부진한 가운데, 라모스의 맹타는 샌프란시스코로선 가뭄의 단비다.
라모스는 2017년 1라운드 19순위로 샌프란시스코에 지명된 뒤 2022년 메이저리그에 올라오기까지 마이너리그에서 고전했다. 사실 메이저리그에서도 지난 2년간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올해 이정후가 6년 1억1300만달러에 입단하면서, 라모스로선 입지가 더 좁아졌다. 그러나 이정후의 부상을 틈타 인생 대역전을 일궈냈다.
라모스는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각) 디 어슬래틱에 “자이언츠를 대표하는 건 내게 모든 걸 의미한다. 그들은 나를 드래프트했다. 내게 메이저리거가 될 기회를 줬다. 나는 이곳이 집처럼 느껴진다. 계속 하고 싶다. 올스타전서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건 꿈이 실현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라모스와 계약한 지역 스카우트 주니어 로만은 “솔직히 1라운더로 보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그럴 볼 때 정말 좋아한 것이 있다. 수비에서 공을 정말 잘 따라간 선수였다. 강한 체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뛸 수 있었다. 팔의 강도, 달리기, 타격의 파워 등 모든 것이 평균 이상”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에디 크리치는 “운동신경이 결정적 요소였다. 우리는 그를 좋아했고, 그가 우여곡절을 겪는 시간을 기꺼이 기다릴 수 있었다”라고 했다. 샌프란시스코 출신 펠리페 알루는 “그는 항상 좋은 성격과 열정을 갖고 있었다. 나는 그를 지켜봤다. 그가 오랫동안 빅리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했다.
한편으로 로만은 이런 얘기도 했다. “나는 구단이 라모스를 트레이드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올해 모두가 다치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도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정후가 건강하게 뛰었다면 라모스의 올스타 등극은 있을 수 없었다.
자한 파이디 사장은 “올 시즌 초 마이너리그 뎁스 차트를 보면서 논의했던 걸 기억한다. 라모스가 작년의 기세를 이어갈 수 있는지 보자고 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무슨 일이 생길 것이라고 봤다”라고 했다. 결국 이런 상상이 현실이 됐다.
이정후는 지난 6월 초에 왼 어깨 관절와순 봉합수술을 받고 6개월짜리 재활에 들어갔다. 2025시즌 준비를 정상적으로 할 수 있다. 라모스가 올 시즌 내내 좋은 활약을 펼치고 내년에 이정후가 돌아와 시너지를 내는 게 샌프란시스코에 최상의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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