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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규홍의 리걸마인드] 법조계 떠오른 ‘AI 변호사’…서초동 풍경 바꾸나

아주경제 조회수  

로톡 사진연합뉴스
로톡 [사진=연합뉴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AI(인공지능)기술이 산업계를 넘어 사회 곳곳의 풍경마저 바꾸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도 AI를 통한 법률 서비스, 이른바 리걸 테크(legal-tech·법(leg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서비스가 본격화 되며 서초동에 일대 변혁을 일으키고 있다. 

그간 시민들은 각종 고소, 고발, 소송 등에서 법률적 지원을 받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높은 수임료를 감수하고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왔지만, 이제는 쉽고 저렴하게 스마트폰에 깔린 앱을 통해 즉시 자신의 상황과 맞는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변호사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대한변호사협회는 리걸테크 서비스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이유를 들어 부정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리걸테크 서비스가 법조계에 자연스럽게 안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법조계에 부는 AI 바람 

선발주자는 지난 2014년 첫 서비스 개시한 로톡으로 변호사 중개 플랫폼을 표방하며 법률 상담 서비스를 시작했다. 

작년 한해 동안 서비스 방문자 수가 23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로톡은 지난해 11월 15일 기준으로 등록된 변호사 회원 수가 약 2400명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톡의 상담비용은 정액제로 운영되는데 15분 전화상담, 20분 영상상담, 30분 방문상담 등으로 각각 나뉘며, 의뢰인은 로톡에 등록된 변호사들로부터 자신의 상황에 맞는 법률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다.

로톡에 이어 출시된 로앤굿도 인기를 끌고 있다. 로앤굿은 방문자 300만건에, 등록된 변호사 수만 약 1500명으로 알려졌는데 로앤굿 서비스 역시 로톡과 마찬가지로 자신에 상황에 맞게 변호사와의 상담이 가능하다.

우선 의뢰인이 사전 질문지를 작성하면 등록된 변호사 회원들로부터 제안서를 받을 수 있고, 의뢰인은 변호사의 제안서를 비교해 본인이 원하는 변호사로부터 법률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다. 

로톡과 로앤굿의 성공에 고무되어 스타트업들도 각각 AI를 활용한 법률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어 AI변호사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판결문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엘박스’는 이용하는 변호사 수가 약 1만6000명에 이를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고, 같은 회사가 만든 ‘엘박스AI’는 이용자인 변호사에게 필요한 문헌·데이터를 제공한다.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법률 챗봇 ‘AI대륙아주’를 출시했다. AI대륙아주는 사용자가 법률 질문을 입력하면 습득한 판례, 관련 법조항 등을 참조해 답을 내놓는다.

로톡을 출시한 로앤컴퍼니의 ‘빅케이스’ 역시 330만건의 판례를 보유한 DB(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AI 서비스를 제공해 의뢰인의 기호에 맞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아미쿠스렉스의 ‘로폼’은 누구나 손쉽게 필요한 법률문서를 작성하도록 돕고 있고, AI LingGo는 ‘OTran AI 법률 번역’ 서비스를 통해 외국 법률 문서를 자동으로 번역해준다. 해당 서비스는 우수성을 인증받아 약 2000명의 변호사, 5대 로펌, 정부기관 등에서 활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서비스의 특징은 의뢰인이 변호사를 찾아가지 않아도 신속하게 법률 자문을 구할 수 있고, 저렴한 이용료 역시 변호사 선임시 발생하는 고액 수임료가 부담되는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AI 변호사에 부정적인 대한변협 

다만 리걸 테크 서비스에 변호사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있는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는 줄곳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한변협은 지난 2021년 변호사들이 로톡같은 법률 플랫폼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변호사윤리장전 조항을 신설해, 가입한 변호사들에게 로톡을 탈퇴하라고 압박했다. 

변협 측은 변호사법은 변호사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변호사를 고용해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에, 광고료에 따라 변호사를 노출시키는 플랫폼이야말로 변호사법에서 금지하는 사무장 로펌이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간 형태라 변호사법을 부정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는 지난해 9월 26일 로톡 가입 변호사 123명에 대한 징계를 취소하기로 하며 로톡의 손을 들어주었다. 구체적으로 120명은 혐의 없음, 3명은 불문경고(죄는 묻지 않고 경고)처분을 내려 대한변협은 체면을 구겼다.

로톡과의 갈등에 이어 대한변협은 리걸 테크 서비스와 계속 갈등을 빚고 있는데, 변협은 지난 5월 10일 AI 법률 서비스를 선보인 엘박스와 법무법인 대륙아주에 대한 형사고발 검토를 마쳤다고 밝혔다. 

변협은 두 회사가 제공하는 AI 서비스가 ‘변호사가 아닌 자가 법률사무를 통해 이익을 얻는 행위’를 금지하는 변호사법 34조5항과 109조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법조계 “법무부가 가이드라인 제시해 갈등 중재해야”

리걸 테크 서비스 업계와 연일 갈등을 빚고 있는 대한변협을 바라보는 법조계의 시각은 복잡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한변협이 리걸 테크에 대해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불거진 로톡 사태를 보면 대한변협이 리걸테크에 엄격히 잣대를 들이대는 거 같다”며 “AI 서비스는 사회 각 분야에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대한변협과 갈등을 일으키고 싶은 곳은 사실 아무도 없을 것이다. 변협이 이 문제를 전향적으로 바라봐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AI 기술은 세계적인 트렌드고 이미 대세로 자리 잡았다. 대한변협의 명분은 AI 변호사는 곧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입장이지만 속내는 변호사들이 하고 있는 업무를 AI가 대체하면 변호사들의 일거리가 줄어들게 된다”며 “일거리가 줄어들면 곧 변호사들의 몸값도 떨어진다. 즉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싸움의 일환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일각에선 법무부가 일본처럼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관계자는 “궁극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법무부가 일본처럼 AI 서비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문제를 해결 시킬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관계자의 조언대로 지난해 8월 일본 법무성은 AI 기술을 활용해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리걸테크 기업이 합법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법무성은 변호사 자격이 없는 자가 보수를 받고 구체적인 법률 다툼에 대해 법률상 전문지식에 근거해 견해를 제시하는 경우에만 변호사법 위반으로 규정했고, 이마저도 변호사가 AI 서비스 결과를 수정할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실제로 법무부도 일본 법무성이 지난해 발표한 AI 법률 서비스 가이드라인 등을 참고해 국내 실정에 맞는 지침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변호사제도 개선을 위한 자문위원회를 비공개로 발족해 AI 법률서비스 가이드라인 마련에 돌입했고, 위원회에는 로스쿨 교수, AI 관련 정책 제도 전문가, 대한변호사협회 추천 인사 등으로 구성돼 지난 2월까지 두 차례 회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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