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거래 시간이 새벽 2시까지 확대된 지 열흘이 지났다. 환율 변동성 확대를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거래량도 증가세다.
다만 국내 은행 외 해외 금융기관(RFI) 참여가 더딘 건 해법이 필요하다. 선진 외환시장으로 도약하려면 국외 유동성을 끌어들여야 한다. 외환당국도 제도 개선을 공언하고 있다.
10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지난 1~9일 일평균 원·달러 현물환 거래량은 104억4700만 달러(약 14조4618억원)로 집계됐다. 기존 장 마감 시간이었던 오후 3시 30분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일평균 거래량은 15억1900만 달러(약 2조1030억원)로 하루 거래량 대비 15% 정도였다.
이날 오전 2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83.1원) 대비 0.4원 오른 1383.5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열흘 동안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과 미국 고용지표 발표가 있었던 3일과 5일 정도를 제외하면 대체로 오후 3시 30분 이전 시간대와 비슷한 환율 흐름을 유지했다. 우리나라는 자율변동환율제를 채택해 신흥국과 달리 글로벌 외환시장 변동성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게 외환당국의 설명이다.
매도·매수 가격 간 차이(호가 스프레드)도 양호했다. 외환 거래에 주요 변수는 거래 비용이다.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보다 호가 스프레드가 좁게 형성되는 게 중요하다. 스프레드가 벌어지면 그만큼 거래 비용이 더 들어 시장에 참여할 유인을 떨어뜨린다.
김신영 한국은행 국제기획부 외환시장팀장은 “국내 선도 은행들이 역할을 해준 덕분에 거래량이 어느 정도 형성되면서 첫걸음은 양호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환율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커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호가 스프레드도 경쟁력 있게 유지되면서 해외시장 참가자들이 원·달러 시장에 참가할 최소한의 동기는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4대 은행 위주로 조성된 야간 시간대 거래가 더 활성화하려면 RFI와 제3자 실거래가 증가해야 한다.
김 팀장은 “풍부한 유동성 확보를 위해선 RFI 참여가 늘고 거래도 활발해져야 한다”며 “국내에서 수출입 기업과 증권사 등도 관심은 보이지만 실제 야간 거래를 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시일이 좀 소요되겠지만 실수요자 참여가 확대되도록 미비점을 개선하고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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