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이선행 기자] 22대 국회가 개원하며 여야가 경쟁적으로 반도체특별법을 발의 중인 가운데 반도체 기업들에 현금성 보조금을 꽂아줌으로써 직접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안재 삼성 글로벌리서치 부사장(이하 이 부사장)은 9일 국회에서 열린 ‘K-반도체 대전환 국가 차원의 비전과 전략 수립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직접 보조금 없이 세액공제 등 간접 지원만 제공하는 국가는 대만과 한국뿐”이라며 “TSMC, UMC 등이 이미 첨단 반도체 생산 70%를 점유하고 있는 대만은 우리와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기 어렵다. 보조금의 인프라, 인력 육성(매년 1만 명) 등을 국가적 차원에서 전폭 지원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조금 격차는 즉시 원가 경쟁력 저하로 직결할 것”이라며 “정부 보조금 없는 순수 기업 간 경쟁에서는 웨이퍼당 팹 원가 가격 경쟁이 미일 대비 한국이 우세하지만, 미일 정부의 보조금 지급 정책을 감안하면 우리는 열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와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이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에서 보조금 없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10㎚(나노미터)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 점유율은 2022년 31%에서 2032년 9%로 급감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은 0%에서 28%로 급증, 유럽연합(EU)과 일본이 각각 6%, 5%씩 급증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보조금이 미래 점유율의 핵심 변수이며,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는 국가 중심으로 점유율이 대폭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부사장은 “한국은 점유율이 주요국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해 고부가가치 영역인 첨단공정 경쟁에서 밀려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이 부사장은 “반도체 기술의 해외 유출은 매년 증가하는 가운데 처벌은 미약하다”며 “처벌이 약한 기술 선도국은 기술 해외 유출의 타깃의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미국은 ‘경제 스파이법’, 일본은 ‘부정경쟁방지법’, 중국은 ‘영업비밀법’으로 자국의 반도체 기술을 지키기 위한 문단속에 힘을 쏟고 있다. 기술 유출을 국가 안위를 위협하는 ‘간첩죄’에 준하는 범죄로 다루며, 높은 형량과 벌금을 부과한다.
미국은 피해액에 따라 최대 405개월(33년 9개월) 징역형, 약 140억 원 또는 도용 이익의 3배 중 큰 금액을 부과한다. 일본에서는 최대 10년 징역에 단체 기준, 최대 100억 원의 벌금을 부과하며 중국은 최대 12년의 유기 징역, 최대 42억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이 부사장은 “보조금·세제·인프라 지원을 경쟁국과 동일한 수준으로 상향해야 한다. 국가 지원을 강화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안정적인 전력·수도 인프라 구축 지원과 가객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이 인프라 구축과 건설비 대부분을 부담하는 것과 달리 미국에서는 지자체가 건설비를 부담하고 기업은 사용요금만 지불한다. 독일은 지자체가 용수·도로 비용을 부담하며, 일본은 정부·지자체가 용수·폐수를 지원한다.
기술 유출 단속 강화 부문에 대해서는 “기술유출 범죄로 인한 기대 이익을 상쇄할 수 있을 만큼의 강력한 벌금형 등으로 예방 효과 제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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