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어린이 병원을 타격해 최소 43명의 사망자를 낸 러시아의 미사일에 서방의 부품이 탑재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우크라이나 관리들과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지난 8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오흐마트디트 아동병원을 부순 러시아의 미사일이 Kh-101 공대지 순항미사일이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러시아가 Kh-101을 생산할 때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부품에 의존하는 점을 짚었다.
우크라이나가 올해 1월 확보한 Kh-101의 제원 분석에 따르면 이 미사일에는 16개의 서방제 전자부품이 쓰인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와 애널로그디바이스, 인텔 등 미국 기업과 스위스의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에서 만든 것들이었다.
이 부품들은 주로 민간용이었으며 생산된 지 상당히 오래된 것들도 있었다. FT가 러시아 측 서류를 분석한 결과 러시아 기업들은 이 부품들을 오픈마켓을 통해 구매하거나 중국을 경유해 수입할 수 있었다. 서방 제조업체들이 중국·말레이시아·필리핀·대만·태국 등지에서 만든 것들이었다.
FT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에서 입수한 분석 보고서를 인용해 Kh-101 미사일 1기에 최대 50여 종의 서방제 부품이 탑재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제재 회피를 위해 민간 부품을 사용한 결과 러시아제 미사일의 품질과 정확성 등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이 러시아의 방위산업 공급망을 제재하자 부품 조달이 어려워진 러시아 방산업체들이 복원력이나 내구성이 부족한 민간 부품에 의존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올렉산드르 리트비넨코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는 “서방의 제재는 작동하고 있다”며 “푸틴은 가장 정교한 무기를 생산할 수 없고 많은 미사일의 품질이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파비안 호프만 오슬로대 연구원은 러시아 순항미사일의 실패율이 최고 20%에 달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한편 러시아는 아동병원을 표적으로 삼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서방제 미사일 때문에 미사일이 격추돼 의도치 않게 병원에 미사일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호프만은 입수 가능한 정보로 추론한 결과 미사일 동체에 눈에 띄는 손상이 없고 방공망 때문에 진로에서 벗어난 증거가 없다며 사전 설정된 목표물을 타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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