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박민석 기자 ] 우리금융지주가 주주환원정책을 담은 기업가치 제고(이하 밸류업)를 준비 중인 가운데, 보험사 인수 추진 등 비은행업 진출에 따른 비용 부담이 늘어나면서 기대 이하의 주주환원책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오는 9월까지 주주환원정책과 자본관리 방안 등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담은 밸류업 계획을 공개할 계획이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달 24일 공시를 통해 3분기 중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은행지주에서 밸류업 공시를 발표한 곳은 없으며 KB금융지주가 4분기 중 밸류업 계획을 공개하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초기부터 우리금융이 포함된 금융주는 대표적인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으로 거론되며 시장의 관심이 컸다. 특히 낮은 배당 성향이나 부족한 주주환원 등이 기존의 저평가 요인으로 꼽히면서, 금융사가 밸류업 정책 도입 이후 가장 큰 수혜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우리금융은 지난 2월 진행된 2023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목표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13%로 상향하고, CET1 13% 초과시 35%의 주주환원율 달성하겠다는 등 세부 내용이 담긴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면서 밸류업 계획에 대한 많은 관심을 끌기도 했다.
‘비은행 부문 강화’ 증권사 합병 생보사 인수 추진에 주주환원 기대감 줄어
다만 지난 2월 이후 우리금융이 비은행사 경쟁력 강화를 위해 M&A(인수합병)에 나서면서 밸류업 공시에 담길 주주환원책에 대한 기대감은 줄고 있다.
우리금융은 그룹 전체 순이익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달하는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오면서, 지난해 임종룡 회장이 취임한 이후 비은행 부문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비은행사 가운데 생명보험업계 중위권사인 동양생명 ABL생명을 패키지로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 26일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대주주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비구속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재무제표 기준으로 동양생명의 자산은 32조4402억원, ABL생명의 자산은 17조4707억원으로,우리금융이 양사를 두 보험사를 인수할 경우 업계 6위 규모의 보험사를 갖게 된다.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는 자기자본 500억 규모의 한국포스증권과 우리종합금융을 합병해 10년 만에 증권업에 재 진출하게 됐다. 우리금융은 현재 금융위원회의 합병 인가 절차를 진행 중이며, 이르면 다음 달 중 합병증권사인 ‘우리투자증권’을 출범할 전망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의 비은행권 진출은 긍정적이지만 인수를 위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자본 비율이 낮아져 주주환원 여력도 줄어들 수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우리금융의 금융사 배당여력을 나타내는 CET1은 4대 금융 지주사 중 가장 낮다. 올해 1분기 기준 우리금융의 CET1 비율은 12%로, KB금융(13.40%), 신한지주(12.88%), 하나금융(13.09%)을 밑돌고 있다. CET1은 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값으로, 금융사들은 CET1비율 목표치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 후 남는 재원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에 사용한다.
김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1일 리포트를 통해 “경쟁 금융지주 대비 낮은 CET1속에서 우리투자증권 출범, 생명보험사 인수를 위한 실사 진행 등 비은행 자회사 확장이 추진되면서 주주환원율 제고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생명보험사의 인수가격과 완전 자회사 추진 여부에 따라 CET1 부담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얼라인 “인수가 과하면 목소리 낼 것”..증권가선 “높은 주주환원 기대 어려워”
비은행업 진출에 따라 배당여력이 줄어들면서 주주들의 비판적인 시선도 나온다. 우리금융 지분 약 1%를 보유 중인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측은 우리금융이 과도한 인수금액을 지불해선 안된다고 경계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딜사이트경제TV에 “인수할 생보사와 명확한 시너지가 예상되지 않는다면 인수금액으로 자사주 매입·소각과 같은 주주환원에 활용하는 것이 낫다”며 “또한 너무 비싼 가격에 지분을 인수하려 한다면 목소리를 낼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서는 우리금융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선 비은행업 진출이 필요하지만, 단기적으로 주주환원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비은행 자회사 인수는 외형 성장과 이익 안정성 개선에 기여할 수 있지만, 동시에 위험가중자산 확대를 의미한다”며 “3분기 밸류업 계획에서 포함될 주주환원책이 기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을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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