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말 한마디로 월급이 넘는 돈을 기부하게 생긴 대기업 직원이 있다. 주인공은 유튜브 채널 ‘MZ전자’를 운영하는 LG전자의 최정현 선임. 그는 구독자 1명이 늘 때마다 LG전자의 기부 키오스크를 통해 1000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가 1000만원을 기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러자 LG전자가 직접 나서 지원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최 선임은 지난 4일 LG트윈빌딩에 새롭게 생긴 사내 기부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영상을 올렸다. 그는 “제 월급으로 ‘내돈 내기부’를 해보겠다”며 “구독자 1명당 1000원씩, 제 월급에서 자동으로 공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내와는 상의하지 않았다”며 “설마 구독을 누르겠냐”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 같은 소식이 44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뻘짓연구소’에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채널 게시판에는 “LG전자에서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구독자 1명당 1000원씩 기부한다”며 “담당자 월급에서 제한다는데, 1만명 구독해서 넉넉하게 월급 삭제시켜 보자”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에 최 선임의 구독자는 38명에서 빠르게 늘어 10일 오전 기준 1만900명을 기록했다. 공약대로라면 1000만원을 기부해야 한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LG전자의 평균 연봉은 1억원 이상으로, 월급 환산 시 680만원 정도다.
최 선임은 지난 7일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몰랐다”며 “기부 챌린지는 영상 게시 1주일까지만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어 “제 월급에서 너무 멀어지면, 십시일반 회사 내 임원들부터 화력 지원을 요청하려고 한다”며 “말 꺼내는 것부터가 스트레스긴 한데, 어쩌겠나. 기부 못 하면 회사 이미지가 나락 갈 텐데”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최 선임은 “MZ전자는 (회사의) 공식 계정이 아니다”며 “회사에서 충주맨 김선태 주무관님처럼 즐거운 직장 문화를 알려보자고 해서 개인 계정 새로 파서 시작했다”고 전했다. 특히 “좋은 취지로 시작된 기부”라며 “키오스크로 간편하게 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은 분이 알아주시고 동참해주신다는 댓글들을 보면 기쁘다. 우리 회사에 이렇게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우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최 선임의 상황을 접한 LG전자는 선의로 시작한 기부가 부담되지 않도록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LG전자는 지난달 일상 속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임직원이 쉽고 편하게 나눔 활동을 실천할 수 있는 기부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키오스크 화면에는 위기가정이나 결식아동, 다친 소방관 등의 사연과 사용 계획 등이 안내된다. 임직원이 사원증을 키오스크에 접촉하면 월급에서 기부액이 공제되는 방식으로, 횟수 제한 없이 기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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