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외국인의 투기성 주택 거래 규제를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지난해 관련 법안을 도입했으나 큰 영향이 없는 파악된다. 지난해와 올해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이 더욱 늘어나고 있는 탓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하반기 국내 집값 상승 조짐이 보이면서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소유 비중이 더 크게 오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10일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국인의 집합건물(아파트·빌라·상가 등 단독으로 활용할 수 있는 건물) 소유 비중이 0.71%로 나타났다. 전체 집합건물 1000채 가운데 7.1채가 외국인 소유라는 의미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0년 1월 이후 역대 최고치에 해당하는 것으로, 윤 정부 출범 당시 ‘외국인의 투기성 주택 거래 규제’를 국정과제로 채택한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정부는 외국인의 투기성 거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권자가 허가대상자(외국인 등을 포함), 허가대상 용도와 지목 등을 특정해 허가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부동산거래신고법을 개정해 지난해 4월부터 시행한 바 있다.
그러나 법안 도입과 정부의 국정과제 채택은 사실상 큰 효과가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해 1년 동안 외국인의 집합건물 소유 비중은 0.05%포인트(p) 늘어 2021년(0.04%p)과 2022년(0.03%p) 보다 더욱 증가폭이 컸다.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을 시행했음에도 이전보다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 증가 폭이 더욱 가파르게 늘었다는 의미다. 올해도 상반기 0.02%p 상승해 지난해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부동산을 매입하는 대다수 외국인들이 투기성 목적을 가졌는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투자를 위한 목적은 분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부동산 가격 상승기였던 2017년 이후 외국인의 집합건물 소유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가격 상승세에 민감한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 규제 대응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외교상 ‘상호주의’ 원칙 탓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상호주의란 해당 국가에서 대한민국 국민에게 제한하는 규제 이상으로 국내에서 해당 국가의 국민, 즉 외국인에 대해 규제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서 외국인에 대한 규제가 강화할 경우 해당 국가에서 한국인에 대한 규제 강화 등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의 투기성 주거용 부동산 취득을 규제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 상호주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말 기준 시군구별로 외국인의 소유 비중을 살펴보면 제주도가 2.03%로 가장 높았고, 충남이 1.32%, 인천이 1.02%, 경기가 0.99%, 서울이 0.88%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광주는 0.13%, 전남은 0.14%, 경북이 0.15%로 외국인의 소유 비중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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