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프로야구 선수 오재원(39)의 마약류 대리 처방 및 투약에 연루된 이들이 전·현직 선수 13명과 트레이너 1명을 포함해 총 29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오재원에게 향정신성의약품 스틸녹스정·자낙스정 등을 대신 처방받아 전달하거나 에토미데이트를 다량 공급한 29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의약품을 대신 처방받아 건넨 이들 중에는 전·현직 프로야구 선수 13명과 두산 베어스 트레이너 1명도 포함됐다. 현역 선수는 총 8명으로 모두 오재원의 전 소속팀인 두산 베어스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은 오재원의 대리 처방 문제가 불거진 3월 말부터 자체 조사를 실시해 현역 선수 8명이 수면제를 대리 처방받아 오재원에게 건넨 사실을 파악했고 이를 4월 초 한국야구위원회(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했다. 정황상 두산 후배 대부분이 오재원의 협박과 강요로 대리 처방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법의 영역’에서는 두산 선수들을 ‘피해자’로만 보지 않는다. KBO와 구단의 징계도 불가피하다. 해당 선수들은 현재 2군 경기도 뛰고 있지 못하다.
이후 트레이너도 구단에 대리 처방 사실을 실토해 마찬가지로 신고 후 직무에서 배제했다. 이 트레이너는 두산 구단에 “오재원이 ‘내 가족에게 너무 필요한 약’이라고 호소해서, 대리 처방을 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은 사건이 불거지자마자 해당 트레이너를 직무에서 배제하긴 했지만, 보직이 트레이너인 직원이 대리 처방에 연루됐다는 점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오재원은 마약류 상습 투약과 수수 혐의로 이미 구속기소 돼 재판받고 있다. 경찰은 3월 오재원을 검찰에 송치한 뒤 그와 연루된 이들에 대한 수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오재원이 지인들에게 마약류를 대신 처방받아 복용한 시점을 2020년 초부터로 봤다. 2022년 10월 은퇴 한참 전 현역 시절부터 마약류를 상습 복용했다는 것이다.
2007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하며 선수 생활을 시작한 오재원은 2022년 은퇴할 때까지 16시즌을 ‘원클럽맨’으로 뛰며 3번(2015, 2016, 2019년)의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5년 프리미어12에서는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
기록상으로 아주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지만, 두산은 오재원을 위해 은퇴식까지 열어줬다. 하지만 오재원이 은퇴하기 전 후배들을 강요해 대리 처방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두산은 큰 타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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