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후 상환이 어려워져 신용회복위원회(이하 신복위)에 채무조정을 신청한 개인이 올해 들어 8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침체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10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신복위 채무조정 제도 신청 건수는 올해 5월 말 기준 8만1060명으로 집계됐다. 채무조정 신청자 수는 2022년 이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2021년 12만7147명이었던 신청자 수는 2022년 13만8344명으로 늘었고, 2023년엔 18만5143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전년 대비 33.8% 증가한 규모다.
신복위의 채무조정 제도는 연체 기간에 따라 신속 채무조정(1개월 미만), 사전 채무조정(1~3개월 미만), 개인 워크아웃(3개월 이상) 3가지로 나뉜다. 신속 및 사전 채무조정은 이자율 조정을 통한 연체 이자 감면을, 개인 워크아웃은 최대 70%까지 원금 탕감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3가지 채무조정 제도 모두 공통적으로 상환 기간을 최장 10년 연장하고 있다.
채무조정 신청은 하반기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4월까지 운영하기로 했던 신속 및 사전 채무조정 특례제도 운영 기한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연장하면서다. 또 지난달 21일부터는 금융사 대출에 더해 통신비나 휴대전화 소액 결제 대금 등 통신 빚도 채무조정 대상에 포함했다.
문제는 정부의 지원 이후에도 빚을 갚지 못해 채무 조정 효력을 상실한 차주(돈 빌린 사람)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차주가 3개월 이상 변제 계획을 미이행할 경우 채무 조정 합의는 효력을 잃게 된다. 신복위 채무조정 제도 평균 실효율은 지난 5월 말 기준 24.6%다. 2020년(14.3%)과 비교해 10%포인트 이상 올랐다. 채무조정 제도별로 살펴보면 사전 채무조정의 실효율은 29.5%로 30%에 육박하고 있다. 개인 워크아웃과 신속 채무조정의 실효율은 각각 27.2%, 17.2%를 기록 중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개인 채무자 연체율 증가로 채무조정 신청 건수가 급증하고 있는데 실효율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며 “채무자의 노력과 연계해 채무조정 감면 범위를 차등 적용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차주의 성실 변제를 유도하고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성실 상환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복위는 1500만원 이하의 채무를 최소 3년 이상 성실하게 갚은 취약 계층에 한해 남은 원금의 50%를 감면해 주고 있는데, 이를 일반 차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재 신복위는 채무조정을 받으면서 1년 이상 성실하게 빚을 갚고 있는 차주에게 최대 200만∼1500만원 한도의 소액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채무자의 상환 의지다. 신복위는 차주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변제액을 미납해 채무조정이 실효됐더라도 2개월 내로 부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만약 2개월이 지났다면, 3개월 뒤 다시 신복위에 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또 채무상환이 힘든 경우 일대일 상담을 통해 이자율 인하, 채무감면, 상환기간 연장 등의 방법을 문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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