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자산 17조원, 퇴직연금 6조55억원을 굴리는 군인공제회의 주거래은행 선정 작업이 시작됐다. 15년째 주거래은행 자리를 지켜온 신한은행과 경쟁사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군인공제회는 지난 3일 주거래은행 입찰 공고를 냈다. 주거래은행 사업자로 선정된 은행은 오는 2026년 1월1일부터 2030년 말까지 최장 5년간 군인공제회의 자금수입과 지출관리, 법인카드, CMS(자금관리서비스)시스템 구축 및 지원 업무 등을 맡게 된다.
군인공제회는 오는 16일 제안요청서(사업) 설명회를 서울 강남구 군인공제회관 건물에서 열 계획이다. 은행들이 입찰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업설명회에 참석해야 한다. 설명회에는 사업 설명 및 제안서 제출 시 유의사항 안내, 제안서평가순서 추첨 등이 이뤄질 계획이다. 군인공제회는 제안서 접수를 거쳐 오는 9월6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게 된다.
군인공제회는 군인과 군무원에 대한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도모하는 기관으로 17만5000명 회원 급여와 복지, 후생, 기금 조성 사업 등을 담당한다. 총 자산은 2023년 말 기준 17조6027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투자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자금만 8587억원으로 투자수익률 10.9%를 달성했다. 주요 공제회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15년간 군인공제회의 주거래은행은 신한은행이 맡아왔다. 신한은행은 2010년 1기, 2015년 2기에 이어 2020년에도 연달아 주거래은행에 선정됐다. 신한은행이 이번에도 주거래은행에 선정되면 거래 기간 20년 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여타 은행의 관심도 높다. 주요 기관의 주거래 은행이나 지자체 금고 은행이 되면, 많게는 수십만 명의 고객을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저원가성예금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어 고금리 장기화 시기에 조달비용을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이에 최근 은행권의 기관 영업이 치열한 상황이다.
군인공제회와 접점을 늘려온 은행도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2월 군인공제회와 퇴직급여대여 업무협악을 체결했다. 퇴직급여대여는 군인과 군무원으로 구성된 군인공제회 회원의 생활자금 마련을 위해 ‘회원퇴직급여’를 담보로 납부 총액의 90%까지 저금리로 간접 대여를 해주는 군인공제회 회원 전용 서비스다. 신한은행, 우리은행에 이어 하나은행이 3번째로 군인공제회 대여제도 복수은행에 합류한 셈이다.
박화재 전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이 군인공제회 신임 금융투자부문이사(CIO)로 취임한 점은 변수다. 박 신임 이사는 1980년 상업은행(현 우리은행)으로 입사해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을 역임한 후 올해 3월까지 ㈜원피앤에스 대표이사를 지냈다. 지난해 우리금융그룹 회장 1차 후보군에도 이름을 올렸다. 다만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밀려났기에 이번 입찰 경쟁에서 친정에 긍정적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고객기반 확대 등 위해 종합적 차원에서 입찰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신한은행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기존에 주거래은행이었다 하더라도 입찰에 더 유리하거나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여수신 금리 우대 등 회원들에게 가장 유리한 혜택을 제공하는 은행이 어딘지를 중점적으로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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