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최근 잘 나가는 2003년생 ‘영건’ 김도영을 거르고 1983년생 ‘베테랑’ 최형우를 선택한 상대 팀의 선택. 최형우의 응답은 만루포였다.
KIA 팬의 입장에선 속이 후련한 홈런포였지만 막상 홈런을 친 당사자는 자신의 앞에서 고의 4구를 택한 것에 대해 “별 느낌 없었다”고 했다. 그는 “타점 기회였기 때문에 오히려 기분 좋게 타석에 들어갔다”며 웃었다.
최형우는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5타수 3안타(1홈런) 3득점 5타점의 맹활약으로 팀의 11-4 승리를 이끌었다.
최형우는 이날 팀 타선의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1회부터 적시타를 때렸고 3회엔 득점의 발판을 마련하는 2루타를 기록했다.
하이라이트는 6회였다. LG가 5-2로 추격한 상황, 1사 2,3루 찬스에서 LG는 3번 김도영을 고의볼넷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최형우를 상대하기 위해 투수도 좌완 이상영으로 교체했다.
낯선 투수를 상대로 2차례 크게 헛스윙을 한 최형우는, 5구째 가운데로 몰린 슬라이더를 받아쳤다. 타구는 우측 담장을 넘어가 만루홈런이 됐다.
이 홈런은 최형우가 때린 개인 9번째 그랜드슬램이자 KBO리그 역사상 국내 최고령 만루홈런이었다. 기존 기록은 이대호가 2022년에 기록한 만 40세 2개월 30일이었는데, 최형우가 만 40세 6개월 23일로 4개월가량 높였다.
경기 후 만난 최형우는 “최고령이라는 타이틀보다는 그냥 베테랑이라고 해주면 안 되겠나”라며 멋쩍게 웃었다.
그는 “LG와 경기할 때는, 점수를 뽑아야할 때 뽑아야한다. 안 그러면 꼭 따라온다. 그런 상황에서 친 홈런이라 기뻤다.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참 후배인 김도영을 거르는 상대 팀의 선택에 대해서도 “아무 느낌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내 나이가 있지 않나. 이제는 그런 게 아예 없다”면서 “젊었을 때라면 그런 상황에서 ‘어?’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었을 텐데, 지금은 그냥 타점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으로 기분 좋게 들어섰다”고 했다.
최형우의 만루홈런은 2스트라이크 이후에 나온 것이라 더욱 짜릿했다. 그는 “처음 보는 투수인데 슬라이더가 생각보다 많이 휘더라”면서 “2스트라이크 이후 콘택트에 중점을 뒀는데, 운 좋게 가운데로 실투가 왔다”고 했다.
최형우는 올 시즌 그야말로 ‘나이를 잊은’ 활약을 하고 있다. 이날 5타점을 추가하며 시즌 78타점으로 이 부문 리그 1위. 78경기에서 78타점을 올려 경기당 1타점을 올리고 있다.
통산 최다 타점(1620타점)을 기록 중인 데다 타점왕도 2차례나 기록한 ‘타점 머신’이지만, 만 41세의 나이에도 이런 페이스를 보이는 것은 놀라울 따름이다.
최형우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 그는 “아마 시즌 후반이 되면 페이스가 떨어질 시기가 있을 것”이라며 “지금 이대로 끝까지 가는 건 말이 안 된다. 일단은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며 미소 지었다.
많은 타점을 올릴 수 있게 해 주는 상위 타순의 선수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김)도영이를 비롯한 1~3번 타자들이 정말 잘해준다. 매번 출루하고 득점권에 나가 주는 게 많은 타점을 올리는 데 정말 크게 작용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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